올해는 어떤 두려움과 마주하게 될까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브런치'가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듯이, 온라인에서 유독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눈에 자꾸 들어왔다. 내가 브런치를 계속 의식하니 브런치만 보였던 것일까.
작년, 나의 크고 작은 두려움 친구 중 하나는 '브런치 작가 신청'이었다. 얼마나 두려움이 심했냐 하면 브런치에서 작가 신청 하는 법조차 읽지를 못했다. 읽기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작가 신청을 코앞에 두고서 읽었다. 콩닥콩닥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부랴부랴 숨을 멈춘 채 쭉 읽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두렵다는 것은 내가 꿈꾸는 일이고 해낼 가능성이 있는 무엇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의 두려움은 곧 언젠가, 어쩌면 지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1. 내 글이 형편없게 느껴지면?
2. 신청했는데 광속탈락하면..?
3. 합격하고 쓸 글이 없으면...?
나는 이 세 가지 두려움과 자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을까 봐 불안해하는 건 그만큼 자기표현에 대한 욕망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한 셈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려 할 때 두려움이 생기는 지도 한 번 생각해 봐도 좋을 듯하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그렇게 두려움을 간신히 이겨내고 작가 신청을 했다. 합격을 한 뒤 첫 글을 올렸다. 나의 커다란 두려움을 깨고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 기쁜 마음이 아직도 담겨 있는 듯하다. 연신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썼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안 드는 곳도 있고, 수정해야 할 것도 보인다. 그래도 그냥 두기로 했다. 이것도 다 성장하는 과정이려니~~
정말 신기하게도 작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꼭 1년 후기도 써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렇게 심장이 작은 사람도 여전히, 아직도! 글을 쓰고 있으니, 브런치 작가 신청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개인적인 것들도 공유하니, 특히 나처럼 미루기의 달인들에게 적합한 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완벽하게 계획이 짜여 있을 때 실행에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더 계획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한' 계획이란 없다.
일단 무작정 자판을 두드린다. 브런치에 합격하고 싶다면 첫 번째로 해야 하는 행동은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는 나중의 문제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됐든 자판을 두둘두둘 피아노처럼 두드려보는 것이다.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나중에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스노우볼처럼 알아서 실력이 쌓여 커진다.
말도 안 되는 문장이라도 좋고 그냥 내 의식의 흐름대로 뭐든 두드려본다. 이렇게 아래와 같이.
새벽이 아닌 해가 중천인 오후 2시에 쓴 메모다. 그때도 필라테스가 너무 좋아 이렇게 좋은 운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뭐라 하는지 모르겠는 저 메모는 아래 브런치 북이 되었다.
내가 쓰고 싶은 주제든, 뭐든. 일단 두드려 보니 더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난 작가 신청 미루기 선수였다...!
: 마감기한 정하기
아래 사진은 나의 작년 1월 캘린더의 일부다. 1월 18일에 브런치 작가 글 재검토라는 일정이 있는데, 나는 신청은 안 하고 늘 '재'검토만 했다. 항상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이었다. 다 준비하고 출발선에 서야 하는 순간.. 아차차! 나는 갑자기 중요한 또 다른 일이 생각났고, 또 고칠 데가 보였고, 나는 또또또 미루고 싶었다. 그렇다. 나의 두려움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민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에 숨어서 언제까지나 재검토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그 순간 나는 해병대가 떠올랐다.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해병대 정신이라면 이 두려움도 꼬리 내리게 할 수 있다. 해병대에서는 사병을 모집할 때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뽑는다고 한다. 수영을 못하는 해병대란 있을 수 없으니 당연히 수영을 배운다. 어떻게 배우는고 하니, 그냥 바다에 던져져 허우적거리며 수영을 배우게 된다. 상황에 맞닥뜨리면 인간은 '행동'하게 되어 있다.
이 해병대 정신의 도움을 받아 마감시간을 절박하게 세팅해 주는 것이다. 단, 엄격하고 진지하게 (★중요 별 다섯 개)
" 당신은 2023년 1월 19일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지 않을 시, 다음 신청 기회는 지금으로부터 1년 뒤입니다. 5년 뒤, 10년 뒤..."
절박한 상황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신청 마감 기한을 정하는 것은 작가들에게는 더 익숙한 것이다. 작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지 않나. 명작은 마감 시간의 선물이라고. 바다에 던져진 것처럼 절박한 마감 시간이라는 상황을 만들어보자. 이미 작가처럼. 계속 두려움을 품고만 있어 도전하기가 어려울 때 우리는 상황의 힘을 이용하면 행동하게 된다.
1. 내 글이 형편없게 느껴지면?
2. 신청했는데 광속탈락하면..?
3. 합격하고 쓸 글이 없으면...?
100% YES!
브런치에서 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말고도 또 좋은 점을 꼽으라면, 더 많은 좋은 글들을 읽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스 고딘(Seth Godin) 작가의 말을 남기면 딱 일 것 같다.
취약함은 예술가가 자신이 만든 예술을 진정으로 공유할 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예술을 공유하고, 교감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내보이며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다. 변명의 여지도 없고, 들춰볼 매뉴얼도 없으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표준 작업 절차도 없다. 취약성은 예술가가 가진 재능의 일부이다.
예전에는 뭐든 강한 게 부러웠다. 이제는 자신의 약한 부분까지도 기꺼이 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므로 모든 글은 형편없게 느껴질 수가 없다. 만약 신청을 했는데 탈락하면 또 신청하면 그만이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지 않던가. 마지막 두려움은 정말로 괜한 걱정이었다. 오히려 쓸 글은 너무 많은데 단지 내가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창의적 작업은 긍정적 감정과 자율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창의적인 행동을 한 다음 날이면 평소에 비해 긍정적 감정과 뿌듯한 느낌이 더 많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날이면 뿌듯함이 또 한 겹 쌓인다. 운동도 더 잘되고 일 능률도 오른다. 좋은 감정은 창의적인 행동을 더 촉진하고 이 행동이 또다시 좋은 감정을 이끌어 낸다. 선순환의 무한 루프다.
혹시 거기에 아직 브런치 작가 신청을 고민하며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일단 두드려보고 마감기간을 정해 도전해 보셔라.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보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 것이다. 그 힘은 무척이나 크고 위대하다. 도전하려 노력한 행동과 경험 모두는 틀림없이 내게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것임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동안 글 안 쓰고 어떻게 살았나 몰라.
작년에 내가 빠져있었던 문장으로 진짜 마무리한다.
The Magic You Are Looking For Is in the Work You Are Avoiding
당신이 찾고 있는 마법은 당신이 피하고 있는 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