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한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 앞에서는 각자도생일 뿐
내가 쏘아 올린 남자친구의 존재와 결혼선언 이후 부모님과의 표면적인 갈등은 없었으나 늘 외줄 타기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가끔가다가 나와 말할 타이밍이 생길 때면 부모님은 남자친구에 대해 툭툭 하나씩 물어보며 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는데, 결론은 다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었다. 어쩌면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은 부분만 골라서 물어봤을지도.
상황이 어쨌건 간에, 그래도 함께 살고 있는 4인가족이기에 불편한 와중에도 아침저녁으로 서로의 얼굴을 봐야 했다.
집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거나 하는 시간을 줄였다. 나도 부모님이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자식이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성격이 어떤지, 어떤 부분이 좋아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런 부분은 궁금해하지 않고 우선 집안과 배경만 보고 사람을 단정 짓는 게 싫었다.
알게 모르게 아니 그냥 대놓고 서로가 서로를 못마땅해하는 중으로 무엇인가 거슬리는 게 있으면 바로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었다. 부모님과의 싸움은 이겨도 져도 그냥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싸울 거리를 만들었다는 게 나 스스로도 마음이 안 좋아져서 이런 마음을 남자친구에게 토로해 보았다.
"근데 부모님이 반대하는 것도 이해돼. 어쨌든 돈이 없으면 싸울 일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부모님도 원하는 사돈상이 있었겠지. 그전에도 같이 골프 치러 다니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이런 식으로 말씀도 하셨고 할머니들도 서로 친하니까 그런 삶을 더 기대했을 거야..."
"...."
처음부터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은 건 아니었다. 계속되는 불화에 나도 반복적으로 이런 말을 전하다 보니 남자친구도 한계가 왔는지 '어차피 바뀌지 않는 것'을 왜 계속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지. 부모를 바꿀 수 없는 일인데 그럼 나보고 부모님이 원하는 사람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벌써부터 팀이 해체위기에 처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