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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hyein Apr 06. 2023

돈이 되는 직업만 직업일까?

오늘의 직업의 정의

며칠 전 이동진 평론가의 콘텐츠에서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영화 유튜버도 평론가라고 할 수 있냐라는 질문에 단순 요약이 아닌 평과 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이동진 평론가는 직업에 대해 사전적인 의미와 유사하게 답했다.

직업이 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그것을 반복적으로 행하면서 생계를 부분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거기서 직업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오지 않는가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만약 돈을 못 버는 인디밴드가 있다면 수입은 없지만 인디밴드라는 직업이긴 하기 때문에

수입으로 그 직업을 가졌는가 안 가졌는가를 나눈다면 부정확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리에 있던 주호민 작가는 자신도 첫 번째 만화에 원고료가 없었다고 하며 만화가 책으로도 나오고 연재도 했지만 수입은 없었을 때 나는 만화가인가 아닌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여러 관점에서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야기에 마지막엔 내가 어떤 직업인이라고 이야기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면 누구도 아니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하였다.



직업의 정의도 개인화가 된 시대


사전적인 의미로 <직업>은 이동진 평론가의 이야기처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고 지금도 등단을 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데뷔를 하는 오디션이 존재하지만 나는 작가야, 평론가야, 개그맨이야 같이 스스로 어떠한 직업인이라고 정의 내렸을 때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 나 또한 공감되었다. 그만큼 누구나 무엇이든 원하는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직업의 정의도 개인화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승인이 되면 곧바로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올리는 사람들에게는 서로서로 존중의 의미로 작가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글을 쓰고 그리는 사람들에게 너는 작가야?라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을 쉽게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정한 작가가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책을 내었을 때? 인스타툰에 광고가 들어오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낸 작가님들 조차 나는 정말 작가인가라는 고민을 하신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일을 하면서 많은 디자이너를 만났지만 본인을 디자이너라고 칭하기보다 디자인 업무를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디자이너라고 하면 매일 대단한 것을 만들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다른 사람에 비해 디자인을 못하는 것 같고,  직장을 다니면서 지금까지 해왔지만 그 수준이 얼마나 되는가 라는 생각 때문에 확신이 없는 것일 수 도 있다.


반면에 아직은 수입이 나지 않았거나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직업임에도 당당히 자신을 어떠한 직업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뻔뻔하게 직업인의 옷을 입자


결국 내가 남을 어떤 직업인으로서 보이는 것보다 나는 나의 일을 어떤 태도와 시선으로 받아들이는지가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꾸준히 집필을 하면서 “저는 작가입니다.”라고 말하면 아니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누군가 “당신은 작가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준다고 해도 나 스스로가 그렇게 인정하지 않으면 “저는 작가가 아닌데요”하고 끝나버릴 일이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리면서 어떠한 마음과 책임감으로 임할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나를 그 직업인으로서 칭할 수 있도록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작가일까 라는 의심으로 나아가길 두려워할 바에야 민망하더라도 작가라고 생각함으로써 갖게 되는

은은한 뿌듯함과 책임감을 얻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조금은 뻔뻔한 생각까지 해버렸다.

그 은은한 뿌듯함이 부끄러움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한걸음 더 성장하는 해야 하고 고민하게 될 것 같았다.


일을 해나가면서 내 안의 “직업 정의”는 또 바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은 직업을 “나의 미래를 위하여 꾸준히 실행하고 있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저 순수하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담담히 나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은 뻔뻔하게 직업인의 옷을 입고 힘차게 나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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