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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prison May 19. 2023

광주를 그린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를 생각하며


 "일본에는 피에타를 그릴 만한 투쟁이나 희생이 없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어제 TV 다큐인사이트에서 1980년 광주를 기록한 외신 기자 <로숑과 쇼벨>에 관한 다큐를 봤다. 깊은 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당시를 회고하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 자신이 찍은 어린 유가족을 만나 젖은 눈으로 웃는 모습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몇 해 전 연세대에서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의 전시가 떠오른다.

그는 일본제국주의가 일으킨 중일전쟁을 하얼빈에서 겪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1937년은 산다는 것의 무게를 생각하게 한 때였다. 

하얼빈에서 전쟁의 시작을 피부로 느꼈다.

누군가는 반드시 가해자로서의 일본의 책임을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남성 예술가는 전쟁의 비애를 생각하지만 여성은 남겨진 사람의 비애를 생각한다"는 말도.

그의 인생 2막은 50대에, 광주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그는 광주를 보면서 파리코뮌을 떠올렸고, 광주를 그리면서 전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광주를 그린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일본에는 피에타를 그릴 만한 투쟁이나 희생이 없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라고 말한다.

피에타를 그려야 하는 역사는 슬프고 아프다.

그러나 피에타를 그리게 만드는 역사처럼 부끄러운 건 아니다. 

다에코는 로맹 롤랑이 괴테에 대해 쓰면서 한 말을 늘 기억한다고 한다. 

"죽어서 살라." 

절망은 타락이라는 도미야마 다에코의 말을 다시 떠올리는 오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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