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최영숙 시인의 감자싹을 읽고
감자는 어떻게 싹을 틔울 마음이 들었을까
슬픔도 때로는 힘이 된다,
침묵도 어느 땐 필요한 법이다, 그런 것이었을까
휴대폰을 정리하다가 언제 적에 적어둔 시를 발견했다.
'감자싹'.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싹을 틔운 감자를 보고 쓴 시가 절절하다.
최영숙. 1960-2003이라 적힌 시인의 생몰년을 한참 들여다본다.
마흔셋. 살아서 한 편의 시집을 내고, 세상 뜨기 전까지 갈무리한 시들이 유고시집으로 나왔다.
오래 많이 아팠다는데, 그 아픔 속에서 얼마나 절실히 한 문장 한 문장을 길어올렸는지,
시 한 편에 고스란히 보인다.
나는 이런 시가 좋다.
간절함이 뿔처럼 돋아나 싹을 틔운 시,
울음을 거름 삼아 한 세상을 이룬 시
드물게 와서 오래 머무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