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일기
산다는 것은 타인의 견해를 가지고 코바늘뜨기를 하는 것이다.
-페르난드 페수아
새벽녘, 무서운 꿈에서 깨어 서성이다 문득 만난 페수아의 문장.
이래서 페수아는 수많은 이름으로 수많은 인생들을 만들었던 것일까.
오로지 하나의 자신이란, 그런 하나의 인생이란 불가능하다고 믿어서?
내 생각, 내 기준, 내 시선, 내 판단을 가지고 오롯이 나의 인생을 살려고 그토록 오래 기를 썼건만 돌아보니 여전히 타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나를 직면한 이즈음.
어쩌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잘못돼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떨군다.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도 오리무중이 된 인생,
이렇게 오래 살았건만
아는 것 하나 없는 인생으로 봄을 맞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