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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클로이 Jan 05. 2024

30대, 새로운 시작

30대 프랑스 아줌마의 새로운 도전

 프랑스에 온 지 벌써 11년 차가 되어버렸다. '되어버렸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말 그대로 물 흐르듯이 시간이 흘러 버렸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프랑스에 도착한 후로부터 어떤 삶을 살아오고 있는지 뒤돌아 보았다. 유학 초기에 새로운 언어와 환경에 적응하느라 눈물겹게 프랑스어를 공부했었고 또 이곳저곳 탐방하며 열심히 놀기도 했었다. 그 후엔 평소에 관심 있었던 과목 위주로 공부하며, 생활 자금을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주어진 일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목적 없이 살아온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자유분방한 삶이었다. 오히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따라온 결과로  내 삶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2023년은 나에게 있어 큰 변화가 많은 한 해였다. 유목민과 같이 얽매이지 않던 삶을 살던 나는 4년간 만나온 맑은 사람과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매우 안정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 반항적인 면모를 가지기도 한 사람이다. (프랑스어로는 rebelle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안정적인 성향을 제외하고는 나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또 다른 변화로는 이 30대의 나이에 프랑스 국립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했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삶이랑은 도저히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불쑥 찾아왔다. 그리하여 국립대학교 여러 군데 지원을 하게 되었고, 현재는 파리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전공 중이다. 깊이 파헤치고 보면 프로그래밍과 비슷한 면모가 많은 학문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다.


 현재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만 18-19살이다. 처음에는 이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이 가능할까? 나이 차이로 인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어떡하지 등의 걱정 때문에 첫 수업 시작하기 전날밤엔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마치 어릴 적에 학교 입학하던 때처럼 말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내 주위에는 2명의 프랑스 친구들이 있었고, 나에게 나이나, 개인적인 것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은 채 어느덧 함께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와 밥을 같이 먹게 된 3명의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이 얘기가 나오게 되었다. 속으로 '아.. 내 나이 들으면 얘네 아마 엄청 놀라겠지..?'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어떤 한 아이가 나에게 "그래서 너는 몇 살이야?"라고 묻기에 내가 "몇 살처럼 보여?"라고 하니 그 아이가 하는 말 "음... 23살?". 역시 동양인의 유전자 덕인지 내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솔직하게 나이를 말해 보았다. "정말? 근데 너 진짜 그렇게 안 보여!" 하고 끝이었다. "넌 왜 그 나이에 다시 학교에 오게 되었어?", "그 나이쯤이면 일해야 하는 것 아니야?" 등등의 무례한 질문이 나올 분위기도 아니었다. 생각 외로 그들은 내 나이가 몇이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이에 관계없이 나라는 사람 그 차제로 봐주어서 감사할 다름이다. 프랑스에 와서 나 자체로 진짜 프랑스 문화 속에 받아들여진 첫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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