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질렀다.
퇴근 후 생활이 직장생활보다 더욱더 바빴던 직장인.
이제 그 직장인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너도 나도 N잡하는 시대 그리고 N잡러들 사이에서는 퇴사를 말리는 사람이 더 많은데,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저만의 길을 한 번은 걸어보겠다 다짐하였습니다. 올 2월만 해도 퇴사는 무슨, 그냥 지금처럼 퇴근하고 작업하고 월급도 받고 이중생활이나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 회사를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며 많이들 말리기도 하였고요. 그래서 저는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에 퇴사는 금물이라며 마음을 접었습니다.
근데 그로부터 또 약 6개월이 지났네요.
이제는 진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퇴사를 하기 위한 갖가지 이유를 찾아서 퇴사를 합리화하고 싶었던걸 지도 모르겠어요. 6~7월이 되니 워라밸 끝판왕이던 회사가 갑자기 매우 바빠졌습니다. 제 포지션은 저 밖에 없어서 대체인력도 없는 데다가, 저에게 할당되는 프로젝트는 2~3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스트레스가 극에 치닫던 어느 날.
사고가 터져버렸습니다. 수습은 할 수 있었기에 다행입니다만, 회사에서 이런 치명적 실수를 한 제 자신이 너무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실수 이후 급격하게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들에게서 신뢰가 무너져버렸습니다. 다들 괜찮다고 하였지만, 저는 이미 제가 한 작업에 대해서 제 스스로가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마음이 떠나버렸습니다.
다시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일절 들지도 않더군요. 그저 이 업무에서 벗어나고 싶고,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역이었어요. 거래처에서 이것저것 요청이 올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혹시 또 내가 실수한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업무에 대한 자신감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7월 중순 어느 날, 8월까지만 하고 퇴사를 하겠노라 회사에 통보를 했습니다.
거래처의 담당자에게도 곧 퇴사한다고 말을 했더니 "저희 때문에 그만두시는 거 아니죠?" 하더라고요. 틀린 말도 아니었는데 차마 그렇다고는 또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상대 거래처 담당자는 신입이라 본인이 맡은 행사 때문에 거래처 직원이 그만둔다고 한다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소중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어쨌든 이제는 연차소진으로 인해 출근은 딱 2번만 더 하면 됩니다.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월급쟁이 생활의 끝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