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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집사 Aug 12. 2024

사람들은 행복한 이야기에 관심 없어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 후기


“사람들은 행복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라는 말을 들었다. ‘응?’ 하는 의문과 함께 이런 쪽으로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더 자극적이고 시선을 사로잡는 이야기,

역경과 고난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 아니 요즘엔 아예 금수저로 시작하는 스토리가 더 인기라는 말도 나온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안절부절못하는 콘텐츠에, 말 그대로 도파민을 팍팍 자극하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원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 같은 생각의 맥락은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접한

‘더 인플루언서’라는 프로그램을 보고서 다시 한번 생각이 더 들었다. 참가자들은 살아남고 상금을 위해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몸을 추스르지 않는다.


인플루언서들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고 궁금해할 만한 Hookup 글귀와 행동들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아주 잘 활용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유명세를 자연스럽게 가져가게 된다. 웅이와 나 역시 잠깐 어떤 프로그램인가 궁금해서 클릭했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서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했다.


프로그램에서 나온 참가자들은 본인이 보유한 팔로워 수를  돈으로 수치화해서 그 금액이 본인의 값어치인 것 마냥 돈의 액수가 적힌 목걸이를 참가하고 게임에 임해야 한다. 특히나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릴 적부터 성적으로 등수 줄 서기와 비교문화가 자연스럽기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간 느낌이었다.


나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인지라 그런지 몰라도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다가, 별안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듯한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


사람들의 값어치를 팔로워수 대비 돈으로 환산해 수치화한 행동에 재미와 이목을 끌었다는 것에 인정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웅이와 나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진 않았을 테니) 그와는 별개로 자극성을 넘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한들 어느 정도 뭐가 옳고 그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다 큰 성인으로서 우리야 그냥 재밋거리로 웃어넘기면 그만일 테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절대 보지 않았으면 하는 콘텐츠’란 생각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행동이 웃긴 것이든, 섹슈얼한 것이든, 정보 전달성이든 (정보의 실질적인 유용성과는 별개로)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다양하게 본인들을 어필하고 표현한다. 춤을 추고, 노출이 적나라한 옷을 입고, 거짓된 상황을 진짜인 척 꾸며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역시 SNS 활동이 활발한 요즘 같은 시대에 아주 주목을 받는 ‘능력’이라는 것에는 인정하지만 그에 있어서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결국에는 좋은 것들이 꾸준히 오래 남는다’라고 생각하는 주의로서 아무리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하고 따뜻한 스토리보다 뭔가 자극적이고, 기괴하고, 엄청난 반전 스토리를 원한다 한들 그것에 맞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역시 우리 인생의 주체인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한 일이다.


좋은 스토리일지 언정 수익과 명성과는 별개이기 때문에 자극성이 높고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력을 끼칠지 언정 콘텐츠 자체는 유명해지고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수익도 두둑하게 챙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이 개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아닌 좀 더 시선을 넓게 가져가 그것들이 주변 커뮤니티와 사회에, 나아가 국가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장기적 시점으로 바라볼 때 프로그램의 목적이 단순 자극과 이목을 끌기 위한 것에 그친 것이라면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들을 우리 어른들이 계속 만들어낸다면 이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과 우리 미래의 후손들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웅이와 나는 다음 편을 보지 않을 것인가

그건 또 아니다. 재밌긴 재밌다. 보며 웃어넘기면 그만이고 중요한 건 그것들이 단순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제작진의 의도대로 시청률을 올려주는 대중의 일부이겠지만, 다만 우리 미래의 꿈나무 아이들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의 가치를 팔로워수와 금액으로 수치화할 수 있고, 그게 그 사람의 전적인 가치인 것 마냥 여기고 나아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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