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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Jun 08. 2024

아이를 혼내는 엄마

       

  화장실이 급하여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갈 수가 없다. 다행히 임시 화장실을 찾을 수 있었다.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주눅 든 아이와 아이에게 윽박지르며 큰소리 지르는 엄마가 들어온다. 아이는 울듯한 얼굴로 소리도 내지 않고 흐느끼듯 한다.  “세면대를 그렇게 쓰면 되냐? 물이 다 튀지 않냐? 이 가***” 화장실 들어와서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아이에게 공연히 트집 잡는 것으로 보였다. 끊임없이 호통 소리를 해 대었다. 확인할 수는 없으나 친엄마가 아닌 건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예전엔 정말 예전엔, 그런 일들이 많았다. 학교 교문 앞에서 아이와 엄마가 실랑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 등을 떠밀고 호통치고 소리 지르며 울고 있는 아이를 학교로 들여보내는 엄마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 비슷한 풍광들이 수시로 있어 왔기에 그러려니 해 왔다. 내 아이 나 나름의 방식대로 버릇 고치는데, 아이 잘 되라고 그렇게 하는 것인데, 누구도 관여할 수 없었다. 관여하지 않았다. 아이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부모의 차지이고 아이는 부모의 부속물처럼 여겨졌다고 볼 수도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부속물처럼 여기기에 가끔은 일가족이 극단 선택을 하고 당하는 일조차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일어난다. 당신이 어려운 일을 겪으며 해결하지 못하면 혼자가 아니라 우리 가족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내 가족은 내가 책임진다는 극한 책임을 그렇게 표출하는 것이리다.

   요즘 어떤 세상인가 퇴직하기 몇 년 전부터 아동학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학교 교사나 병원, 학원, 등 아동을 보살피는 곳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할 정황이 보일 경우 반드시 신고하게 되어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어야 한다. 그 사실에 대해 학교에서 안내장을 여러 번 보내었지만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잘 알고 있다. 자기들이 학대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선생님들이 수시로 안내하고 학교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져 있으니 말이다.       

 화장실에서 본 그 아이는 분명히 아동학대를 당하는 모습이고, 엄마는 아동학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옆을 스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르는 척 지나치고 있었다. 당신의 아이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하는 표정이다.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신고를 해 버릴까 하다가 먼저 아이 엄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아이에게 그렇게 소리 지르시고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합니다.” 중지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말로 들렸을 수도 있다. 돌아오는 말은 신경질적이다.   “내 아이 내가 알아서 하는데 무슨 소리 말 이에요.” 아이를 데리고 나가버린다. 따라 나가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지 않아요. 아이가 신고할 수도 있어요.”

아이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가더니 아빠가 기다리는 자동차를 얼른 타고 가 버린다. 승용차 사진을 찍고 신고를 해 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차마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 엄마가 아이에게 함부로 하는 그 태도가 바뀌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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