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지지 않을 편지
엄마에게,
이 편지는 전해지지 않을 걸 알아요.
그래도 오늘은 써야 할 것 같았어요.
말을 꺼내지 않으면
이 마음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도 그 옛날의 일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고,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인생이 바빠질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기억들이 있잖아요.
그런데도 말이죠, 참 이상하게도 제일 힘든 날에는
엄마가 더 생각나요.
그냥 말없이 나를 위해 차려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밥상.
특별한 반찬도 아니고, 김치만 놓아줘도 좋겠다는 밥상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곧바로 화가 나요
그리워할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면서도
그래도 떠올리고 있는 제가 조금은 초라해 보이거든요
엄마,
저는 아직 그때의 시간을 붙잡고 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 줄 만큼 착한 딸도 아니고요ㅡ
모든 걸 미워할만큼 단단한 어른이 된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곳 저곳의 마음으로 갈팡질팡해요.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요.
그때 엄마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다 보면
조금은 알 것 같기도해요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 설명 못할 행동은 아니었겠죠
하지만 이해와 용서는 전혀 다른 일이 더라고요.
저는 아직 용서도 못하고, 그냥 버티면서 살아가는걸 선택했는데도
그런데도 참 이상하죠,
인생이 버거운 날엔 여전히 엄마 밥이 그리워져요.
그때의 저는 왜 그렇게 울었을까요.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기대했기 때문에, 기다렸기 때문에,
끝까지 믿고 싶었기 때문에요.
엄마,
저는 아직 여기 있어요.
완전히 괜찮아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내는 쪽을 선택하면서요.
없던 일이 될 순 없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오겠죠.
오늘은 이만큼만 쓸게요.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