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병자, 거짓말쟁이
사람들은 내가 아닌 상대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표정부터 변한다. 그런 눈빛과 낯선 공기가 어우러지면 하는 생각들,
‘아, 또 시작이네.’
그리고 그다음에 나오는 말은
“관심병자.”
그 말은 내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는 뜻,
내 말이 대화의 중심이 되는 게
불편하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이유가 무엇이든
결론은 하나다. 듣기 싫다는 것.
나도 그 말을 들어봤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내가 가끔 힘들다고 말해서였을까? 그들의 기준에서는 이미 끝난 일을 아직도 붙잡고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내 얼굴에 고난이 서려 있어서였을까,
사람들은 궁금해하면서도 직접 묻기보다 자꾸 질문하고,
자꾸 궁금해하면서, 많은 이야기들 끝에는
결국 예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때 하는 말들이 있다.
"관심병자"
관심받고 싶어서 저러는 건가? 저 이야기는 진짜일까?
거짓말은 아닐까?
그 누구도 내게 진실을 묻지 않은 채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삶을 살았다는 이유로,
본인들의 관점에서 스스로 결론을 만들고 그 결론 속에서 나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관심병자에, 거짓말쟁이.
이 두 단어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나는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고 싶은 게 아니다. 관심받고 싶지도 않고,
내 이야기가 안줏거리가 되는 건 더더욱 싫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참 쉽게 말한다.
“요즘이 무슨 전쟁시대야? 밥도 못 먹고 버려지고 그러게? 무슨 전쟁고아 이야기니??”
“쟤 부모님이랑 사이좋아 보이던데? 그런 이야기는 상상도 안 가.”
“그냥 관심받고 싶어서 꾸며낸 거 아니야?”
“그러니까, 거짓말쟁이라는 거지. 저거 관심병자라니까.”
사람을 믿지 않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접 묻지 않고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 때문이다.
궁금했거나 확인이 필요했다면 앞에서 물어보면 될 일인데, 사람들은 꼭 뒤통수에 대고 속삭인다.
그러다 눈앞에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 어떻게 살았어… 세상에, 너무 마음 아프다.”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고 꺼내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의 말들.
말이라는 건 결국 다 들리게 되어 있는데 그런 걸 사람들은 모를까?
그래서 나는 내 과거를 말하지 않게 되었다. 누가 물어봐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범했고, 가장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우리 가족은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사람들이라고.
오히려 거짓을 말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늘 같았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고생 한 번 안 하고 산 사람 같잖아.”
“좋겠다, 부럽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세상은 꼭 정직하게만 살 필요는 없는 곳이라는 걸.
때로는 과거쯤이야 거짓으로 숨길 필요도 있고, 필요하다면 거짓을 만들어내면 그만이라는 걸.
사람들인 진실적인 사람보다 거짓인 사람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