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도라의 상자

by MSG윤결



굳이 꺼내지 않아도 굳이 들추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꺼내봤자 내 감정이 다치고 들추어봤자 싸움만 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는 나에게도 존재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온 지도 수 세월.

얼굴을 봐도 통화를 해도 카톡을 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데 기어코 가족을 만나면 이야기가 불화의 씨앗이 된다.


’ 그때 그랬잖아~ 너는 어려서 잘 기억 안 나겠지만~~‘ 등등

굳이 왜 꺼내는 걸까? 현재의 이야기도 재미난 일들이 많을 텐데 도움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서 싸움을 일으킨다


어릴 적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가슴속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나의 판도라가 한순간의 말로 스위치가 탁하고 켜지고

눈빛도 표정도 달라지게 만든다


누구랄 것 하나 없이 다들 자기가 제일 힘들었고

자기가 제일 고생했으며, 자기가 제일 불쌍했단다


그래 그렇게 살아라 하는 맘으로 나는,

당신들이 제일 힘들고 고생했고 불쌍했다 인정해 주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언쟁을 벌이더니 내가 인정해 주는 순간

조용해졌다.


그걸 바란 거였어? 그 말이 듣고 싶은 거였어?


란 생각과 함께 참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 한편으론

그래 역시 사람은 이기적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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