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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리 Jul 31. 2023

말 한마디의 중요성

남편과 약 1년 간의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이사를 했다. 자칭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이사가는 날까지 또 이사 후에도 많은 짐들과 시름시름하며, 미련이 남아도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과감히 내다 버리기와 아님 아까워서 끌어안기를 하면서 짐과의 전쟁을 했다. 물론 짐 정리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낯선 집에서의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확실히 몇 일을 지내다 보니 집의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짜잘짜잘한 것을 제외하고 굵직한 것 몇 가지를 뽑자면,

1. 세탁기 급수: 일단 세탁기 호스를 연결하는 수도꼭지? 이게 너무 옛날꺼라 시중에 소켓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리고 냉수 부분은 수도꼭지가 가출하기 일보 직전... 그래서 몇 일간 빨래도 못했다.

2. 도어벨: 아파트가 오래되어 인터폰은 집 안에 흔적도 없고, 현관문 밖에 도어벨이 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3. 변기통: 집을 둘러 볼때도 변기통이 있는 것만 봤지, 변기가 삶의 질을 이렇게 떨어뜨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참고로 전 세입자 분이 정말 기존쎄 할머니여서 변기물이라도 내려봤다간 귀싸대기 맞을 각이긴 했다.) 일단 변기통이 유아용인가 싶을만큼 작다. 오바하자면 급해서 조카 변기 빌려 쓰는 기분이다. 그리고 심각한건 물 내리는 레버가 되게 헐겁다. 그리고 물이 잘 안내려가 물 탱크를 열어보니, 물이 채워지는 속도가 정말 느리다.

4. 화장실 환풍기: 환풍기가 있긴 하지만 작동을 하지 않는다. 화장실 턱이 기존 아파트보다 휠씬 낮아서 환풍기라도 없으면 바로 곰팡이 파티할 각


일단 이사온 직후 바로 문제를 인식한 세탁기 수도꼭지 부분을 바로 집주인 부동산에 이야기 하니, 집주인이 고쳐주겠다고 했다. 이것도 점심 시간에 다짜고짜 전화와서 지금 집 앞이라고 해서 헐레벌떡 뛰어갔는데, 수리기사는 없고 집주인 혼자 서 계셨다... 1차 당황. 그래서 내가 수리기사는 안오시냐고 물으니, 집주인이 수리기사 부르면 다 돈이니 직접 해주시겠다고 한다. 뭐 내 입장에서는 내 집도 아니고 세탁기를 쓰게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어설픔 그 자체. 그리고 내 새 세탁기 위에 공구를 마구 올려 두셔서 잔기스 와장창에 쓰레기도 바닥에 막 버리시고, 물 테스트 한다고 수도꼭지 틀어서 물바다 만들어 버리고 가심. 2차-3차 당황 모먼트.


그리고 얼굴 본 김에 그냥 2번부터  4번까지 다 이야기했다. 이제부터 안면몰수한 집주인의 답변이다.

2. 도어벨: 도어벨 어차피 쓸일 없고 손님 올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문열어달라고 하면 되지 않냐. 필요하면 세입자인 내 돈으로 달아라. 이때 정말 의도치않게 내가 썩은 표정을 지으니, 이것도 본인이 만들어서 달아주겠다고 하고, 몇 일 후 직접 달아주러 오셨다...

3. 변기통: 자기가 봤을 때는 물 탱크 느리지도 않고 레버도 문제 없다 -> 이미 도어벨로 딥빡친 나는 그럼 변기통도 작아 쓰기 불편하니, 변기값 일부분만 지원해주면 내 사비를 보태서 아예 새걸로 바꾸겠다고 까지 했는데 -> 지원 못해주겠다.

4. 화장실 환풍기: 이거 원래 안돼. -> 정말 딱 이렇게 말하고 나감 ㅡ.ㅡ


나중에 부동산을 통해 들으니, 여기 아파트는 일반적이지 않은 배수관 모양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반 배수관이 직선 모양이면 여기는 직각? 모양으로 아파트 전체의 배수관을 다 바꾸지 않는 이상 변기는 그대로 써야하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결론은 현재로는 변기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사실 내 집도 아니고 이렇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면 되는건데, 집주인은 다짜고짜 "못해줘" 혹은 "원래 이래"를 시전하니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그리고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느꼈다. 저 한마디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몇 초안에 딥빡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사 교훈: 1) 이사 직후이거나 집주인이 진상이라면 직접 말하지 말고 부동산 통해서 이야기하자. 2) 쇼핑 그만하고 아니 줄이고 집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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