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 서러움
우리가 함께 집을 구함과 동시에, 남편은 현재 살고 있는 월세 집주인에게 한달 노티스를 주었는데, 집주인 할머니가 전화해서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끊었다. 전화한 시간이 한밤 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 피곤해서 내일 낮에 다시 전화할 생각에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서 생각해 보니 전날 밤 집주인 할머니 말의 골자는
1. 대학교 근처라 웬만한 대학생들은 1,2월에 방을 다 구했기 때문에 우리가 3월말에 나가면 공실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 와서 알려주면 어떻하냐는 것
2. 2월에 남편과 구두계약으로 1년 연장했다는 것
전화를 끊고 남편과 곰곰히 생각해 보니,
1. 우리는 우리 사정이 있어 3월말에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대학생들 대상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그리고 말 그대로 '월'세인데, 1달 전 노티스를 준 우리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 남편에 의하면 할머니가 다짜고짜 구두계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2월에 어느날 복도에서 마주쳐서 인사를 했는데, 할머니가 지나가는 말로 "여기 계속 살거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당시 이직 결정이 확실하지가 않았으니, 질문 그대로만 받아들여 “네" 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다음 심기일전하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녹음 필수)
그랬더니 역시나 앞뒤 안맞게 무논리로 우기기 시작. 어쨌든 내가 준비한 말을 했다.
1. 말 그대로 '월'세인데 1달 전 나가겠다고 통보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2. 구두계약이 성립하려면 정확한 기간과 금액을 이야기해야하는 것인데, 앞뒤 다 자르고 계속 살거냐는 두루뭉실한 말로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소리 지르며 내 말을 막기 시작.
3. 그래서 참다가 나도 냅다 소리 질렀다. "제 말 좀 들으세요! 말 자르지 마시구요." 하며, 치사하고 드러워서 우리는 계획대로 3월 말에 나가지만 4월달 월세까지 지불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4. 그러고나니 할머니가 태도를 싹 바꾸고 알겠다 하며 급 화해 모드로 전화를 끊었다.
임대업 하면서 부자인 사람들이 만원 한장에 목숨 걸고, 오히려 나처럼 돈 없는 사람들이 먹고 떨어져라하는 심정으로 돈을 더 잘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많다고 한다.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으면 경험이란 말이 있듯이 오늘을 계기로 집없는 서러움에 대해 더더 느끼며, 남편과 가까운 미래에 꼭 우리집을 사자고 이야기했다.
그
리
고
통화 녹음 기능이 있는 안드로이드 폰이 이래서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