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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janice Feb 07. 2023

비로소, 혼자 오르다.

이번엔 혼산(혼자등산)이다!!


하루 종일 휘몰아쳤던 고된 업무를 마치고, 나는 오늘 등산을 갔다.



몸과 정신까지 천근만근, 사실 집에 가서 바로 눕고 싶은 마음이 99.9999% 나를 흔들었지만 굴하지 않고 회사 근처 동네 뒷산을 향했다.



무슨 오기가 발동한 걸까, 나조차도 인식 못 할 어떤 희한한 다짐이 발현되어 피곤함마저 이겨내고 도착한 등산로 앞.



아직은 추운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전 기관에서 일할 때 동료들과 한두 번 와본 산이라 왠지 오랜만인데도 자신감이 붙었다.



평소의 나 같으면 절대 시도해 보지 않았을 일이다. 혼자 하는 일이라 두려움이 앞섰을 것이며 주말도 아니고 과중한 업무 뒤에 산을 오른다는 자체가 내겐 허락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무슨 이유에서 일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발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당도한 곳이 그곳, 산이었다.



나조차도 모를 어떤 이끌림에 따라 그렇게 산행을 시작한 나는 금세 지쳐갔다. 평소에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질 않았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일 테지만 저질스러운 체력이 속절없이 야속하기만 했다.



동네 뒷산이라지만 가파르게 경사진 부분이 많아 지난번 등산 때도 금방 지쳤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반의반에 반도 오르지 못한 것 같은데 이미 내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대고 있었다.



그래도 왠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비록 저질체력으로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어떻게든 오르고 또 오르길 계속했다.



정말.. 솔직히 너무 포기하고 싶었지만, 정상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오늘의 이 이야기를 꼭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죽을 것 같을 때 한번 쉬었다가, 좀 살만하면 다시 오르고, 또 죽기 직전까지 가서 잠시 앉았다가 또 기어코 오르기를 반복했다.





어느덧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왔을 때, 나는 정상에 도착했다! 방금까지 죽을 것 같았는데 정상에 오르고 보니 다시 살아남을 느꼈다.



넘어갈 듯한 숨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랑이는 그 기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감정마저 들었다.




남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있어 오늘의 이 경험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무엇을 시도하든 간에 시작하기 전부터 실패를 가늠하며 고개를 저었던 나였다.


상상 속에서 무수히 좌절하고 실패했기에 현실에서 그 어떤 것도 실행하지 못하던 나였다. 그래서 더더욱 혼자서 하는 일은 작은 일이라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 내가 오늘 혼자, 그것도 퇴근 후에 등산을 한 것이다. 나는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 혼자만의 일기로 끄적임이 될지라도, 나의 이런 작은 변화를 응원해 주고 싶다.



앞으로의 나의 인생도 그렇겠지. 오르고 또 올라야 할 많은 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에 의지해 그 사람의 뒤만을 따라갈 수는 없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 그 길이 두렵고 힘들지라도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의 수많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당당히 혼자 걸어갈 수 있도록, 오늘의 이 작은 시도를 잊지 않을 것이다.



동네 뒷산을 오르고 오늘 나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이제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인간으로 우뚝 선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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