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janice Feb 28. 2023

어색한 노화와 결별하기

나는 늙는 것이 두려웠다. 20대엔 감히 30대가 상상이 되지 않았고 30대엔 40대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고 나는 그토록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30대도, 40대도 모두 마주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 보드랍던 손은 거칠게 변해갔고 총기 있던 눈은 흐리멍덩 해졌다. 야속한 세월은 곁을 잠시도 내어 주지 않고 세차게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문득 엘리베이터 안에 선 내 모습을 보고 든 상념이다. 거울 속에 비친 40대의 나는 희끗희끗하게 반짝이는 흰머리 몇 가닥에 곧 깊은 근심에 빠졌다. 바로 2주 전에 뿌염을 했었는데. 금세 자라난 흰머리의 생명력에 적잖이 질려버린 심정이었다. 

지금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며, 그렇기에 오늘의 흰머리는 시작에 불과할진대,  벌써부터 노화의 습격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라니. 외적인 변화에 흔들리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아직은 내면만으로 충만해질 수 없는 걸까.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흰머리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세월을 담아 겹겹이 쌓인 주름 또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도 있을 테고.  당당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 부러우면서도 억지로 생각이 바뀌지 않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나는 흰머리가, 주름이 아직은 어색한 게 사실이니까..



40대의 초입에서 늙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세월의 흐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애쓰지 않겠다고. 흰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주름을 보톡스로 가려볼 수 있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이 아닐까? ㅎㅎ

꼭 초연해져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흰머리도 주름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겠다는 끝맺음이 아니라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글이 될까.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아직 늙는 게 싫다. 이게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다.



희끗하게 반짝이는 흰머리는 내일 뿌염을 통해 멀끔한 검정 머리로 변모할 예정이다.

2주 뒤 거울 앞에서 또다시 깊은 근심에 빠질지라도 그 찰나의 젊음을 누리며 행복할 수 있다면 염색쯤이야 기꺼이 하면 되는 거니까.



아무튼, 

아직은 어색한 노화와 당분간 결별을 선언한다! 

2주간은 내 곁에 얼씬도 하지 않기를!


작가의 이전글 한번 더, 산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