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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아 Dec 02. 2023

내릴 수 없는

25. 결정


 버려진 일들을 쌓고 쌓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진다. 멈춰야 한다는 걸 머리로 알고 있지만 손은 통제를 잃은 것처럼 계속 탑을 쌓고 있다. 무녀저 내리면 감당할 수 있는지 네가 와서 물어본다. 이만 결정을 내리라고 단호하게 말하니 이제야 질서 없이 쌓인 탑이 눈에 보인다. 언제부턴가 내리지 못한 결정이 구석에 먼지를 머금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거였고 책임엔 일말의 희생이 따른다. 나는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릴 수 없는 답을 안고 불 꺼진 방안에 숨어 있다. 자꾸만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세상은 늘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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