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은 설렘이나 기대감이 아니다.
일종의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무슨 엄살 떠는 소리냐
고 묻는대도 부러 하는 소리가 아니다.
SRT를 타고 수서로 가는 새벽.
기차를 타러 걸어가는 플랫폼에서 남편에
게 말했다.
⠀
⠀
"어릴 때 부모님이랑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을 벗어나서 살아
본 적도 없고, 그래서 인가봐. 촌스럽게 긴
장되고 뭔가 잘 못 될까봐 늘 걱정이 돼."
핸드폰을 두고 오진 않았나? 가방에 손을
대어 핸드폰의 예의 그 사각 모양이 만져지
는대도 기어이 눈으로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고, 방금 5분 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대
도, 또 다시 화장실을 가야 하나 걱정이 앞
선다.
'SRT에 화장실 있어. 뭐가 걱정이야?'
⠀
기차에 오르고, 광주 송정을 지나 군산에
도착할때쯤 겨우 창밖의 풍경으로 눈을 돌
렸다. 평화롭고 아무일 없는 자연이 창밖을
스쳐지나간다.
⠀
⠀
'촌스럽긴. 기차에 오르고 40분이 지나서야
적응을 하다니.'
⠀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을 수 있
을까? 아니면 각인되어 삶의 어느 순간순간
에 멀미처럼 다시 솟구쳐 올라오는 것일까?
(마지막 이 글귀는 나쁜기억지우개
책 글귀 참고하였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