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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아 Jun 04. 2017

[공개구혼] 방랑자 신랑감을 찾습니다.

그런 결혼이라면 하고 싶다.


야, 저 여자 완전 너다 너
출처 : KBS2 '아버지가 이상해' 21회 중


드라마를 보던 언니가 말했다.

TV에서는 <아버지가 이상해>가 방영되고 있었고, 변혜영이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다.


선배 나는, 결혼에 적합한 여자가 아니야. 결혼과 결혼으로 인해서 따라오는 그 제반의 의무를 수행할 자신도 의지도 없어.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면 난 누구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가기보다는 그냥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



결혼이라는 걸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본 어떤 연애 끝에, 나는 내 인생에 굳이 결혼을 구겨 넣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확신했다. 나라는 사람이 저 대사처럼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내 꿈을 희생하며 살 자신이 없는 종류의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출처 : 체인지 그라운드 페이스북

영상 보러가기 >>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이 한편의 영상이 어쩌면 희생이 아닌 결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가끔씩 떠올렸던 생각이지만, 이 주례로 인해 내가 혹시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겠습니까? 꿈을 이룬 사람보다는 꿈을 이뤄가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부부가 행복한 부부가 될까요? 개인이 불행한데 행복한 부부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우선 개인이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까 말씀드렸죠?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가장 완벽한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OOO군과 신부 OOO양이 결혼을 해서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어떤 일? 서로의 꿈을 이룰수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 체인지 그라운드 <인생 선배의 개념 주례사> 영상 내용 중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이룰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완벽한 조력자.


여기서 내가 생각한 ‘가장 완벽한 조력자’는 단순히 ‘너의 꿈을 평생 응원해줄게’따위의 달콤한 말을 진심을 담아 말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완벽한 조력자에는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인생 목표가 비슷한 것'이 필수 조건이 된다.



한때 완벽한 짝을 찾기란 어렵고, 그러니 ‘굳이 방향성과 꿈이 비슷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응원해줄 수 있는 정도면 된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드는 생각은 이렇다. 그래 연애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은 안된다.


개인이 불행한데 행복한 부부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영상 속 신영준 박사가 말하듯, 개인이 불행한 상태에서 행복한 부부가 되기는 어렵다.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면, 둘 중 하나는 자신이 세워둔 방향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삶을 살거나, 또는 각자의 방향을 적당히 조절해서 중간점을 찾아 살아야 한다. 그 속에서 불행하지 않다면 괜찮지만 그러한 형태의 '희생'이나 '적당한 삶'을 불행이라 느끼는 사람이라면, 배우자의 우선순위는 반드시 하나가 희생하지 않고, 적당히 맞춰가는 삶이 되지 않도록 서로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력자'로 정해야 하는 것이다.


즉 상대의 꿈이 이해가 안 되는데도 '이해하려고 계속 노력해야만 하는’ 이해심이 아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에 상대의 꿈을 그냥 '이해하는' 이해력을 가진 사람. 구체적인 꿈의 내용은 다르더라도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아주, 몹시 비슷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나의 방랑기 계획이 담긴 프로젝트 시트


내게 있어 그것은 나와 함께 ‘방랑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엄청난 계획몬+꿈나무로(실천이 적은게 함정이지만), 42살까지의 5년 계획을 세워놨는데, 30대 중반까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며 방랑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한때  영화 <스시 장인 : 지로의 꿈> 속 오노 지로나, <행복한 사전> 속 사전 편찬부 사람들, 또는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달인들처럼 한 분야의 장인이 되기를 꿈꿨지만, 최근 내 성향과 무한대로 불어나는 꿈을 보며 노인이 되기 전까지 스페셜리스트는 틀렸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까지는 최다 제너럴리스트로 살기로 다짐했다. 춤을 추며 세계 여행도 해보고 싶고, 이탈리아 요리학교도 다녀보고 싶고, 디제잉을 연습해서 세계 무대에 서고, 미디를 배워서 전자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 신랑감님, 마냥 노는 게 아니고 저것들을 하면서 어떤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겁니다. 저는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어린 꿈나무가 아니에요. 저에게 그럴 수 있는 아주 좋은 플랜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나의 삶 속에 결혼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려면, 나와 비슷하게 방랑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필수조건이 된다. 정말 사랑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 그 사람과의 미래를 그리려면 내 꿈을 줄이고 포기해 나의 미래를 상대의 미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그런 사람.


두 방랑자의 삶은 불안정하고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불안정한 삶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하나 보다 둘이 나은 이유'를, 인생에서 동반자가 의미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결혼은 본능과 낭만의 결혼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감정만이 오로지, 결혼을 안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믿죠. '사랑에 빠지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더 이상 무슨 질문이 필요할까요? 감정이 우리의 결정을 지배합니다. ..... 가장 낭만적인 상황은 만난 지 몇 주도 안 되어, 갑작스럽고 빠르게, 열정에 가득 차서, 지나치게 계산만 해온 수 천 년 전 사람들과 달리 그저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정하는 겁니다.

...


낭만의 결혼 시대에는 아래 같은 신호들이 결혼이 정당하다는 증거가 됩니다.
-연인에 대해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거나
-성적으로 집착하고 있거나
-상대방이 대단하다고 감탄하거나
-상대방과 언제나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 없거나


- 알랭 드 보통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대하여>

*** Yango Lee 님의 브런치 번역, 뉴스 페퍼민트 번역을 참고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냐는 질문에 따르는 낭만적인 대답들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 거나 ‘결혼할 사람은 첫눈에 느낌이 온다’ 거나, 혹은 좀 더 현명한 조언인 것처럼 들리는 ‘대화가 잘 통하는’, ‘함께 있으면 웃게 되는’ 것들.



잘못된 결혼이 보통 사람이 가장 쉽게 저지르면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 실수라는 걸 고려하면, 도로 안전이나 흡연 문제처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 알랭 드 보통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대하여>

*** Yango Lee 님의 브런치 번역, 뉴스 페퍼민트 번역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결혼은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일이고, 그러니 배우자를 고른다는 것은 본능과 낭만의 상징만큼이나(어쩌면 그 이상으로),


'내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행복한지(나는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나에게 있어 미친 부분, 예민한 부분은 무엇인지'

‘나의 그런 미친 부분을 보완해주는 상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나는 상대의 미친 부분을 어디까지 이해해 줄 수 있으며,

그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어떤 부분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상태에서 행해져야 하는 일인 것이다.


‘자상하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대화가 끊이질 않고’따위의 낭만적인 대답은, 위와 같은 스스로에 대한 파악이 끝났을 때 붙여질 수 있는 말이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방치한 뒤, 게으름을 덮기 위해 포장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도대체 결혼할 사람은 어떻게 찾는 것이냐'에 대한 첫 번째 스텝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미래 속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는 데 있다.



출처 : 체인지 그라운드 페이스북 캡쳐


나는 그것을, 이 영상을 통해 확신하고야 말았다. (물론 아직 좀 더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긴 하다) 내게 그것은 서로가 가진 꿈의 결이 비슷해,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조력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앞으로 나의 신랑감 찾기는 일반적으로 결혼의 조건으로 고려되는 그 어떤 조건들보다도 그 사람이 가진 꿈, 즉 삶의 방향성이 나와 얼마나 비슷한지가 1순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독신주의를 잠시 접고

적극적으로 구하기 시작하겠다.

무엇을?

나의 방랑자 신랑감을.


출처 : 영화 <어바웃 타임>


*공개구혼*

Is anybody there?


+ 아, 참고로 결혼식에서는 나와 함께 광란의 땐수땐수 타임을 가져야한다. 필수다. 노래 후보군에는 라라랜드 OST와 브루노 마스의 Runaway baby, Uptown funk등이 있다. 좀 정상적인 걸 원한다면 Ed Sheeran을 고를 수도 있다.


+ 혹시 찾지 못한다면(주룩) 외롭다거나,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으로 타협하지 않겠다. 그때는 그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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