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프루 장편소설 <시핑 뉴스>
<시핑 뉴스>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을 쓴 애니 프루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애니 프루가 처음부터 해피엔딩으로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 초반 찌질한 주인공 코일의 고구마 에피소드들은 읽기가 힘들었지만 점점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완독 후에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생각나고는 한다. 눈폭풍이 몰아치는 뉴펀들랜드에서 살아가는 코일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뿌리 없는 사람처럼 떠돌듯 살아가며 인생의 기쁨이라곤 모르던 코일은 미국에서 캐나다 뉴펀들랜드로 쫓기듯 이주하게 된다. 뉴펀들랜드는 바다에서 갑자기 시신이 나와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혹한기의 폭풍과 빙하가 널린 척박한 곳이었다. 코일이 이사를 가면서 처음 마주하게 된 눈폭풍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건물도 날려버릴 만큼 거친 바람과 추위 때문에 살기보다 얼어 죽기가 더 쉬울 곳이 뉴펀들랜드였다. 이미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 왔던 무기력한 코일이 그런 곳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비어있고 결함투성이인(54쪽)' 코일도 처음에는 뉴펀들랜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그도 자신의 코앞에 내던져진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낸다. 그러면서 거친 날씨에 익숙해지고 내키지 않아도 그곳의 사람들과 조금씩 어울리게 된다. 결국 코일은 지역 무가지에 실리는 칼럼에 자신만의 글을 쓰고, 다소 거친 친구들과 사귀고, 뜨겁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사랑까지 얻으며 뉴펀들랜드에 어울리는 외유내강의 모습으로 정착한다. 비로소 '인생의 감칠맛(54쪽)'을 알게 된 존재가 된 것이다.
코일도 뉴욕에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인생이 어둠에서 시작해 어둠으로 끝나는 빛의 호 같은 거라면 그의 인생 전반부는 보통의 빛 속에서 지나갔다. 이곳에서 그는 인생을 보다 깊고 분명하게 보도록 해주는 편광렌즈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모킹버그에서 너무나 우둔했던 그는 자기에게 오는 것이면 무엇이든 받아들였다. 그러니 사랑이 그의 심장과 폐를 관통하여 내출혈을 일으킨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시핑 뉴스, 352쪽>
매듭을 묶는 다양한 방법처럼 삶을 살아가는 방법 또한 여러 갈래가 있을 것이다. 코일의 삶 또한 그 갈래 중 하나였다. 그의 삶을 겉으로만 훑으며 코일이 불행했다고, 혹은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삶이 아닐지라도 때때로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별거 없지만 그냥 계속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의미 있는 것이라고 코일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