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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Mar 06. 2024

구축아파트의 소음은 어떤가요?

Part21. 누가 소리를 내었는가

-층간 소음 때문에 손도끼 휘둘러
-'대문 발로 차고 가격'.. 층간소음 항의한 60대 스토킹 혐의 벌금형


요즘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사건 사고들을 다룬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오랫동안 살던 집은 꼭대기층이라 가해자가 될지언정(?) 층간 소음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옛날처럼 이웃 간의 정을 느낄만한 시대가 아니라서, 점점 더 치열해지고 바쁘게만 돌아가는 이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서 흉기까지 휘두르나 생각하며 그동안 층간소음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30년 된 구축 아파트인 신혼집에서도 딱히 소음을 느끼지 못했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기 전까진.

오늘은 미처 생각도 못했던 구축 아파트의 소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1) 바깥 소음 : 지상 전철 근처는 피하세요.



우리 동네는 4호선 라인에 있다. 서울과 가까운 4호선은 지하로 다니는, 단어 그대로 '지하철'이지만, 서울과 멀어지면 어느새 이 지하철은 지상으로 달린다. 우리 아파트는 지상 전철의 철도 옆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집을 계약한 건 10월 초, 인테리어 후 입주한 건 12월 말일이다. 이 두 시기의 공통점은? 베란다나 창문을 열어둘 만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


베란다 너머로 지나가는 전철이 보임에도 왜 나는 체크하지 못했을까. 임장을 할 때만 해도 전주인분들이 창문을 닫고 계셔서 바깥 소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복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끝 집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이 집에서 첫 겨울과 봄을 지내고 점점 날이 따뜻해질 무렵, 환기를 위해 베란다 중문을 제껴두고 창문을 열어두었다.


"추쿵추쿵ㅡ, 춰퀑춰컹ㅡ"


복도 안 쪽은 개뿔, 창문만 열어뒀을 뿐인데 10분 간격으로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안쪽도 이렇게 들리는데 복도 첫 집은 대체 어떻게 살고 계신 걸까.



"지하철 소리 처음 들어봐?"

신혼 초 회사 동료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을 때에도 들려오는 전철 소음에 놀란 동료와 눈이 마주쳤다. 몰려오는 민망함에 이상한 경기도 부심(?)을 부렸다. "다들 서울에만 살아서 모르는구나? 이게 바로 경기도 촌구석 맛이야"


베란다와 거실 사이 중문을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더 컸겠지라고 생각하며 나름 스스로 위로 중이다. 혹시 아파트가 도로변에 맞닿아 있거나, 우리처럼 주변에 전철이 다닌다면 꼭 임장 때 창문을 열어 바깥 소음을 체크할 것을 추천한다. 다음에 이사 갈 땐 꼭 창문도 열어봐야지!




2) 층간 소음 : 쿵쾅만이 층간 소음은 아니다.


몇 달 전 이삿짐 차가 보이더니만 바로 윗집에 누군가 새로 이사를 왔나 보다. 이 사실을 깨달은 건 안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때문이었다.


남편과 여느 때처럼 침대에 누워 각자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 낯선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이 유튜브를 틀었남편을 바라봤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우리 지금 같은 생각인거지?"

그 이후로 이삼일에 한 번 꼴로 자정이 가까워지면 여자가 소리 지르는 소리, 남자가 크게 웃는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안방 베란다 우수관을 타고 온 소음인 건지, 구축 아파트라 천장이 얇은 건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집이 고요할 때면 어김없이 윗집의 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어쩔 땐 대화 내용까지 들린다.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니요!


'음 윗집분들은 이 시간에 화장실을 가시는 군!'

심지어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안방까지 들릴 때가 있다. 안방과 화장실이 가깝긴 하지만 대체 천장이 얼마나 얇은 걸까 싶다.


오전에 일을 하고 있을 때엔 강아지가 짖는다. 홀로 있는 빈 집에 택배 아저씨가 초인종을 눌렀나 보다. 친정에 있는 댕댕이가 떠올라 그나마 이 소음은 견딜만하다.

가끔 주말엔 새벽까지 거실에서 TV나 영화를 보곤 하는데 새벽 1시임에도 윗집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아니 이 시간에 가구를 옮기는 거야 뭐야.. 뭔가 드르륵 끄는 소리, 쾅 내려놓는 소리. 종류도 다양했다. 매주 반복되는 소음에 윗집에 찾아가 말씀이라도 드려야 하나 싶었지만 손도끼에 칼부림까지 나는 현실에 차마 찾아가진 못했다. 다행히 두어 달 지나고 밤에 들려오는 쿵쾅소음은 사라졌다.





사실 층간소음은 비단 구축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혹자는 구축 아파트가 오히려 신축보다 비교적 두터운 콘크리트를 써서 덜 들린다, 혹자는 구축 아파트가 대부분 벽식 구조라서 소음이 더 잘 전달된다 등 의견이 갈린다.


구축이던 신축이던 필요한 건 '서로 간의 배려'겠지.

인터넷에서 본 문구 중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마무리해야겠다.


우리집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입니다.




다음편) 곰팡이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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