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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May 09. 2024

임신을 예상하셨나요?

Part1. 이거 진짜 실화...?

"축하드려요, 산모님."
 응? 저요..? 제가 산모요..??




참으로 이상한 2주였다. 그렇게 좋아하는 술이 땡기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 아침만 되면 퇴근 후 무슨 안주와 술을 먹을지 신중히 고민하던 나였다. 어디 불금뿐이겠는가. 결혼 후 본가 탈출의 자유에 힘입어 냉장고 한 켠에 가득한 캔맥주는 내 로망이자 자랑이었다.


그랬던 내가, 알쓰인 남편이 어쩌다 땡겨 한두 입 먹고 남긴 300미리 캔맥주조차도 최근 들어 손이 가지 않았다. 결코 마다하지 않던 술약속도 그냥 단순히 술이 땡기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전조 현상이었다니..




사실 우리는 딩크 부부다. 아니 적어도 나는 딩크족이 분명했다. 나 외에 누군가를 잘 키워낼 자신이 없어서, 지금 내 삶에 만족해서 등등 딩크인 이유를 말하라면 줄줄이 말할 수 있었. 작년 가을 남편이 사실은 딩크족이 아니었단 걸 알기 전까진.


딩크인 나 때문에 딩크였다는 말에, 오래도록 고민했다. 내 결정 하나로 남편의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건 원치 않았다. 남편과 깊은 대화를 통해 피나는 노력까진 아니어도, 열린 마음으로 서로 노력해 보기로 한 게 5개월 전이다. 올해 안에 안 생기면 우리의 운명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다소 무겁진 않은? 그런 마음가짐이었다.


(자세한 이야긴 요기에서...)

https://brunch.co.kr/@boocast/54



사실 5개월 간 별다른 소식이 없어 우리 팔자엔 아이가 없는 갑다 생각하며 슬슬 내려놓던 시기였다. 그러던 지난달 초, 꽤나 정확한 주기에 꼬박하던 생리가 일주일이 지나도 없었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을 땐 늦춰지거나 땡겨진 적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갑자기 술까지 안 땡기니 영 이상하다 싶었다.




악 뭐야 이게!



왜 제물처럼 놓으신 거죠 남편님..


이렇게 선명할 수가 있나.. 결과는 아주 선명한 두. 줄.

누군가는 와이프가 혼자 임테기 확인 후 남편에게 임밍아웃 이벤트도 한다던데.. 주말 아침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이벤트고 뭐고 없이 날것으로(?) 남편과 마주했다.


자다가 달려온 남편은 눈도 다 못 뜬 채로 그 자리에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저 어안이 벙벙하고, 사실은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던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우리가 진짜 부모가 되는 거야?"





바로 다음날, 반차를 내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려고 가는 거라 딱히  어디 병원이 좋은지 알아보진 않은 채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골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우연히 간 곳이 경기도 3대 분만 병원이라 불리어 놀랐다)




토쿠토쿠토쿠토쿠ㅡ
들리세요?




아니 뭔 심장이 벌써 뛰어.. 그냥 '점'인 주제에 저 안에 심장이 있다고?


6주차다, 자궁에 근종이 보인다, 근종 크기가 좀 크고 많긴 한데 위치가 괜찮아서 아기한텐 괜찮을 것 같다, 2주 후에 보자, 엽산이랑 비타민D 먹어라 등등 분명 의사 선생님이 많은 걸 얘기해 주신 것 같은데 당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진짜 임신이라니, 내가 부모라니.


어안이 벙벙한 우리의 얼굴과는 반대로 병원의 안내는 저세상급 텐션이었다. 진료실에서 나온 내게 간호사분이 축하 인사와 함께 의사의 소견을 다시 요약해서 말씀 주셨고 2주 후 예약을 위해 데스크로 안내해 주셨다. 데스크의 간호사분은 또 다른 축하 인사와 함께 다음 일정을, 그다음 수납 데스크에선  결제와 함께 임신확인서를 발급해 줄 테니  그동안 산전검사를 받고 오랬다. 검사에 영양제 상담에 다시 수납을 반복하고 보니 잠시 나가있던 얼이 돌아왔다.


오늘 진료비가 18만 원이라고? 국민행복카드는 뭐고 왜 갑자기 병원에서 카드 발급 상담을 받는 건데?

정신을 차린 파워 TJ는 모든 상담을 중단하고 병원을 나섰다. 가 알아보고 결정할게요...!






원래도 예측 가능한 상황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그런지, 적어도 병원을 처음 간 날 만큼은 예상 못한 임신이 내겐 재앙처럼 느껴졌다.


안녕 0.24cm 점아?


하지만 그런 감정은 정말 잠시였다. 돌아온 집에서 남편과 첫 초음파 사진을 보고 또 봤다. 이게 내 뱃속에 있고 이 점 따위의 심장이 우렁찼다 이거지?


아직도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어 하나로 절대 표현할 수가 없다. 인생 처음으로 예측 불가한 이 상황이 썩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그래.



한 때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의 SNS에서 많이 봤던 문구이다. 엄마도 처음이거니와 딩크족에서 갑자기 임산부가 되어 더욱 모르는 것 투성이다. 잘할 수 있겠지 나..?



임신 사실을 처음 알게 된 6주차부터 10주차가 되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이 매거진에서는 임신의 '임'도 관심 없었던 딩크족의 일과를 기록해보려 한다.



다음편) 임신 확인 후 꼭 챙겨야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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