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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Oct 25. 2023

아이를 낳아야 할까요?

Part20. 인생 최대의 난제

연애 10년에 결혼한 지 갓 10개월이 넘은 우리 부부는 딩크족이다. 결혼 전부터 서로 의견을 충분히 나눈 후 결정한 선택이다.


진짜 안 가지려고?
다시 생각해 봐.


주변 결혼한 내 친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카톡, 인스타 모두 아이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때론 힘들지만 존재만으로 행복하다며, #잘때제일예뻐 #초보맘 #엄마가처음이라미안해


딩크족이라고 말하면 친구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뉜다. '또 다른 행복이 펼쳐진다, 제2의 인생이다, 다시 생각해 봐라' 파 vs. '그래 충분히 고민해도 늦지 않아, 너희 둘이 행복하면 됐지' 파. 강경파 친구들은 나를 질책하기도 한다. 둘이 지금은 알콩달콩해도 천년만년 그럴 수 있겠냐며..


가끔 티비에서 "애 때문에 살아요."라는 말을 볼 때마다 늘 부정적인 생각이 들곤 했다. 아니 그럼 둘은 행복하지 않은데 아이 때문에 참고 산다는 거야 뭐야..

가정환경 영향도 있는 듯하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집이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며 자랐고 그때마다 혹여 동생이 들을까 동생 귀를 막고 숨죽여 울었었다. 한창 사춘기던 중학생 때 엄마가 내게 누구랑 살 지 정하라고 했던 것은 꽤 상처였다. 나와 동생의 결혼식날까지만 버틸 거라는 말을 했던 아빠의 말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부모의 작은 행동과 말 한마디에도 아이에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아이를 갖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10년간 강아지를 키우면서 그 생각은 더 커져갔다. 동물 한 마리도 이렇게 주인만 바라보고, 주인이 없으면 안 되며, 케어해 줄 것이 이리도 많은데 사람인 아이를 키운다는 건 감히 강아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큰 책임감이 필요할 것이다. 그에 반해 나는 아이에게 온전히 내 삶을 내어줄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이다. 둘이 살아도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 은행대출과 카드값으로 나가고 저축보단 지출이 큰 신혼생활 중이다. 아이를 키워내는 데에 억 소리가 난다는데 지금이야 우린 둘이 살기엔 괜찮지만 현실적으로 아이에게 쏟을 돈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다. 내가 보기에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개인의 삶은 없어 보였다. 퇴근 후 술 한잔, 주말 데이트, 취미생활 등 작지만 그동안 누리고 있는 것들을 포기할 자신이 없다. 10여 년 간 쌓아온 내 커리어를 놓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출산으로 인해 여기저기 아프고 망가질 내 몸뚱아리를 마주할 자신도 없다.


종합해 보면 내가 딩크족인 것은 여러모로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여보 이거 봐봐,
너무 귀엽지 않아?


요즘 들어 남편이 아이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간 내 반응은 한결같았다. "응~ 그러네~" 

친구들의 인스타 속 아이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서 그런 건지 내 알고리즘에도 어느 순간부터 아이 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도 아이 영상을 볼 때마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진짜 귀여워(?)보이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당연히 아이를 가지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30대 중반이 넘어가고 진짜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내 결심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 맞는 선택일까? 나중에 후회되면 어쩌지..?


다른 결정이야 후회하면 후회하는 대로 살거나 바로 잡으면 되지만 아이의 문제는 다르다. 나중에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말 그대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이다.


근데 그 중대한 결정을 고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는 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요즘은 다들 늦게 낳는다고 하지만 아이가 갖고 싶다고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임신 기간까지 생각하면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압박감이 너무 컸다.


여보는 왜 딩크야?
가장 큰 이유 3가지 말해봐.


이 고민을 남편에게 털어놓으며 물었다.

 

"내가 딩크인 이유는 여보가 제일 크지."


결혼 전엔 내가 딩크인 이유와 동일하게 말했는데.. 분명 서로 심도 깊은 얘기도 하고 둘이 강아지 키우며 살자고 결론 내렸는데 내가 딩크라서라니?


남편은 알고 보니 비자발적인 딩크였다. 물론 나와 동일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낳기 싫어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 또한 요즘 아이에 대해 다시 생각이 들고 있다고..


그렇게 한참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진짜 안 낳아도 후회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사는데 우리가 너무 부정적인 면만 크게 생각한 건 아닐까?


이틀에 걸친 논의 끝에 우리 신체의 나이와 현실을 고려하여, 짧지만 올해까지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봤자 2개월도 안 남았지만.. 아이를 갖고 싶다고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하늘의 뜻이니 부담도 조금은 내려놓자고 했다.




선택을 해야 하는 다른 상황일 땐 보통 어떤 결정이 덜 후회스러울지, 후회급부를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근데 정말 이 문제는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고민해봐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내 결정으로 인해 남편의 남은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는 것도 싫고 동시에 지금 만족하고 있는 내 생활을 잃는 것도 싫다.


누군가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면 좋으련만..오늘의 질문은 내 인생 최대의 숙제이다.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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