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주식을 처음 접했다. 넷플릭스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알게 된 한인 형들을 통해 주식에 대해 배웠다. 당시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연봉을 자사주 옵션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많은 한인 형들은 연봉의 30% 이상씩 투자했다. 평생 투자를 해본 적 없던 나는 0%를 선택했고, 그해 넷플릭스 주식은 700% 폭등했다.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는 것이 전부라고 믿었던 나에게 2013년의 경험은 충격이었다. 부는 열심히 일한 만큼 선형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취할 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배웠다. 특히 연봉 전부를 넷플릭스 자사주에 투자하고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목표가를 가지고 있던 한 형은 이후 100배 이상의 수익을 실현하였고, 나의 영원한 귀감이 되었다.
2014년 나도 연봉의 50%를 투자해 2년 후 500% 수익을 실현했다. 2015년 34세가 되던 해에 처음으로 10억 원 이상의 돈을 모았고 그때부터 주식에 미쳐 살았다. 넷플릭스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데이 트레이딩에 뛰어든 것도 이때인데, 2016년 1년 동안 직장 없이 집에서 주식 투자를 했다. 당시에는 특별한 전략도 없이 다양한 기술 지표에 의존해 옵션을 사고팔았다.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 전무해서 하락장에 대부분의 돈을 잃었다.
2017년 슬랙에 입사했고 나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약 150명이던 회사가 2019년 유니콘 기업으로 상장하면서 30억 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 지난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투자 전략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단기 투자가 아닌 중장기 집중 투자를 선택했고, 수익을 실현하는 것보다 손실을 예방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급격한 하락장이 왔지만, 포지션을 일찍 손절해 다가올 상승장을 준비할 수 있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3년은 내 인생을 바꾸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변동성이 큰 시장이 지속되면서 크립토와 원자재 주식에 집중 투자했던 전략이 성공했다. 3년간 1300%가 넘는 누적 수익률을 달성했는데, 2022년 하락장에서도 가치주 중심으로 투자한 덕분에 50%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나는 13년간의 개발자 경력을 마무리하고 전업 투자자로서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회사라는 소속을 포기하고 홀로 서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지난 10년간 경험을 통해 익힌 나만의 투자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