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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Punch Capital Jan 26. 2023

은퇴에 대한 고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조기은퇴를 꿈꾼다. 아무리 자기 일에 열정이 넘쳐도, 회사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경쟁하는 곳이다 보니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다. 더욱이 남의 일을 위해 나의 시간을 대여하는 행위가 노동이기 때문에 가끔씩 온전히 나를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도 2016년 넷플릭스를 그만두고 방황하면서 조기은퇴를 시도했었다. 내가 참여하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경쟁 프로젝트에게 밀리면서 회사에서 입지도 좁아지고 여러모로 현타가 왔다. 몸은 몸대로 망가져서 몸무게가 90kg에 육박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다 보니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무서웠다. 그래서 일단 직장을 그만뒀다.


당시에는 싱글이었고 넷플릭스 스톡옵션으로 번 돈도 적당히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데이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1년 후 슬랙에 다시 입사할 때까지 인생실험을 해본 결과, 트레이딩 소득이 엔지니어로서 벌 수 있는 근로소득을 대체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하루하루 마켓을 걱정하면서 전전긍긍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 가지 소득이 있었는데, 첫째는 쉬면서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회복한 것이고, 둘째는 전업 트레이더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졌다는 점이다.


그 후 다시 6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결심한 것은 언젠가 다시 전업 트레이더에 도전해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실패가 있었기에 좀 더 현실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그래서 스스로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을 세웠다:  

     충분한 자본금을 모을 것   

     트레이딩 전략을 만들 것   

     트레이딩 외 할 일을 찾을 것   


트레이딩을 하기 위해 얼마의 자본금이 필요한가는 상대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자본이 크면 클수록 트레이딩이 쉬워진다는 점이다. 자본이 크면 상대적으로 적은 리스크로 큰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20%를 걸어서 그중 20%을 잃는다 해도 전체 자본의 4%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하나하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여러 번 트레이드를 시도하다가 한번 크게 맞으면 이전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다. 그리고 전업 트레이더로 생활하려면 고정 생활비가 필요하다. 난 작년 1년간의 모든 소비를 분석해서 캐시플로우(cash flow)가 얼마 필요한지 확인했고, 트레이딩으로 그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트레이딩 전략도 다분히 개인적이다. 주식을 10년간 하면서 알게 된 건 내가 잘하는 시장이 있고 내가 못하는 시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결국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밖에 없는데, 특히 하락장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내가 어떤 유형의 투자자인지 알기 힘들다. 흔히 워렌 버펫(Warren Buffett)처럼 장기투자를 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2022년 같은 베어마켓이 오면 대부분 포기하기 마련이다. 나는 내가 하락장을 버틸 수 있는 위인이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배웠고 스윙 트레이딩(swing trading)을 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어떤 주식에 투자할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난 유료 서비스인 Wall St. Jesus와 Trading Addicts를 구독하는데, 이외에도 다양한 소스를 필요에 따라 구매한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트레이딩을 흔히 기다림의 게임(waiting game)이라고 한다. 포지션을 열 때 이미 출구 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수익이거나 손실이거나 둘 중 어떤 결과일지는 시간이 말해줄 뿐이다. 물론 리서치를 하고 다른 트레이더들과 토론하는 등 마켓에 대해 항상 생각하지만 주식을 실제로 사고파는 시간은 극히 일부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난 글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가능하면 시장의 변동성을 잊을 수 있도록 집중력이 필요한 취미를 찾는 게 좋다.


결국 은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당장 내년에 은퇴하겠다고 결심했다가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내년에 은퇴가 좀 더 가까워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인생은 마라톤이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목표했던 은퇴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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