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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Punch Capital Jan 26. 2023

Options Flow

미국 투자 기관들은 분기별로 자신들의 포지션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예컨대,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가 지난 분기에 아마존 주식을 매수했다 등의 뉴스를 종종 접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뉴스는 이미 3개월 전에 일어난 과거의 사실을 보도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트레이딩에 큰 도움은 안된다. (물론 1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염두할 경우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실시간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베팅을 모니터링할 수는 없을까? 안타깝지만 미국 주식 시장은 다양한 거래소(exchanges)와 마켓 메이커(market makers)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다수가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다크풀(dark pools)로 운영되기 때문에 모든 주식 거래를 투명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옵션 시장의 플로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옵션 시장은 주식 시장과 다르게 모든 거래의 실시간 데이터를 유료로 구독할 수 있다. 그리고 옵션은 언제나 만기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적시성도 보장된다. 다만 방대한 양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미 있는 데이터를 걸러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한 적 있는 Wall St. Jesus가 바로 이런 옵션 플로우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다. 옵션 플로우 데이터를 걸러내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베팅의 주체가 기관인가 개인인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관은 개인에 비해 정보의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뉴스에 대한 반응도 더 빠르다. 특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기관이 이런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프런트 러닝(front running)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옵션 베팅의 주체가 기관인지 개인인지를 단순히 거래 금액의 크기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거래가 스윕(sweep)인지 아닌지를 이용하는 게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스윕은 옵션을 복수의 거래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싹쓸이”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예컨대, 누군가 콜 옵션을 스윕 중이라고 하면 모든 거래소에서 콜 옵션을 마켓(market) 가격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오직 기관만 이런 스윕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윕 거래의 주체는 100% 기관이다.


더욱이 스윕은 그만큼 거래의 주체가 조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주식보다 변동성이 큰 옵션은 리밋(limit) 가격으로 매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누군가 마켓 가격으로 묻지 마 매수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매수자의 매수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량의 스윕 거래는 조만간 주식의 가격이 크게 움직일 거라는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옵션 스윕이 기관의 프런트 러닝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한 적 있는데, 2016년 1월 CES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등 130개 국가에 동시 진출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CEO였던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부터 넷플릭스 콜 옵션에 대한 스윕 거래가 대량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넷플릭스 뉴스를 예상한 프런트 러닝이었다. 2017년 7월 트위터가 S&P 500 인덱스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에도 발표전 트위터 콜 옵션에 대한 스윕 거래가 대량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또한 트위터 뉴스를 예상한 프런트 러닝이었다.


최근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옵션 플로우는 원자재 관련주들에 대한 콜 스윕이다. 특히 GDX의 경우 만기가 1년이 넘는 립스(LEAPS) 콜뿐만 아니라 풋 셀링(put selling)도 들어왔는데, 이는 GDX 가격이 장기적으로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관의 자신감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옵션은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프리미엄이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만기가 오래 남아 있을수록 프리미엄이 비싸다. 따라서 립스 콜의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격이 그만큼 더 많이 상승해야 한다. 옵션은 1 컨트랙당 주식 100주를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 상승에 레버리지를 사용해 베팅하기 위해 립스 콜을 매수한다.


풋 셀링은 주가가 특정가(strike price)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것에 베팅하는 것인데, 만일 주가가 특정가 이하로 내려갈 경우, 풋 셀러는 옵션 1 컨트랙당 주식 100주를 매수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따라서 주가가 내려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을 경우에만 하는 거래이다. 기관이 GDX를 공격적으로 풋 셀링한다는 것은 주가의 바닥이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기관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틀릴 수 있다. 다만 스스로의 리서치에만 의존해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정보의 우위를 가진 기관의 베팅을 참고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주식 시장은 결국 인기투표이기 때문에 내가 사는 주식을 다른 참여자들도 사줘야 가격이 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옵션 플로우는 트레이딩에서 나침판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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