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풀(dark pools)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은 투명하고 모든 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크풀은 대형 투자은행이 거래를 뉴욕 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 같은 공개장에서 성사시키지 않고 자신의 내부 시스템을 통해서 성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어떤 기관이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수하고 싶을 때, 공개장에서 매수할 경우 불가피하게 주가에 영향을 미치므로 다크풀을 찾는 것이다. 다크풀을 운영하는 대형 투자은행은 자신의 고객 중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찾아 거래를 내부적으로 성사시킨다.
그래서 무슨 상관인가? 문제는 거래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되지 않고, 다른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주문 물량을 다크풀 내에서 언제나 전량 소화할 수는 없다. 그러면 다크풀 운영자는 물량의 차이를 공개 시장에서 시간차를 두고 해소해야 하는데, 이때 시장 가격의 왜곡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어느 기관이 테슬라에 대한 내부자 정보를 알고 있고 다크풀을 통해 매수(long)할 경우, 다크풀 운영자는 공개장에서 공매도(short sell)를 통해 테슬라 주식을 매집해 다크풀 매수자에게 전달한다. 공개적으로 거래가 성사된다면 주가가 오르겠지만, 다크풀을 통해 거래하면 자신의 매수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후 내부자 정보가 공개되어 주가에 반영된다면 기관은 더 큰 이익을 보게 된다.
이렇게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다크풀 거래를 모아서 인덱스로 만든 것이 다크풀 인덱스 DIX이다. 2018년 스퀴즈메트릭스(SqueezeMetrics)라는 리서치 기관에서 “SHORT IS LONG”이라는 공개 논문을 발표한 이후 DIX가 유명해졌는데, 다크풀을 운영하는 투자은행들은 FINRA에 공개장에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지션을 매일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다크풀의 매수/매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선 테슬라 예처럼 다크풀 내의 매수(long)가 많으면 공개장에는 다크풀 운영자의 공매도(short sell)가 늘어나므로 이를 통해 다크풀이 순매수 중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럼 DIX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경우 DIX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지만, 간혹 DIX가 이례적인 수치를 보여주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미국 주식시장의 모든 인덱스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DIX도 주중 내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그 말은 기관도 다크풀을 통해 이번 랠리에 참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불마켓이던 2021년까지 DIX는 선행지수로 굉장히 유용했다. 특히, 마켓에 셀오프가 있을 때 DIX가 높으면 어김없이 반등이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2022년 베어마켓이 시작된 이후 선행지수로써 DIX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았다. 스퀴즈메트릭스도 DIX가 베어마켓에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음을 시인한 적 있다. 따라서 지난주 DIX의 높은 수치가 새로운 불마켓의 시작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 랠리가 개미들의 매수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관도 이번 랠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