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상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우리는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만나리라는 희망으로 사랑이 떠나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때가 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사랑이 완전히 떠나가서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는 간단한 법칙이 옳았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떠나보낸 사랑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지 않는다. 상상력은 시간을 되돌려 그 자리에 다른 대사, 다른 장면, 다른 이야기를 대체해 보며 우리를 끈질기게도 오래 괴롭힌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걸지도 모른다. 말없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모두의 표정 뒤에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누구나 가슴속에 묻어둔 사람이 하나쯤은 있으면서, 아닌 척하고 평범하게 산다는 걸 알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