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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와 원격 근무의 확산

by HRKIM

들어가며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 그리고 2020년 전후로 전 세계를 강타한 Covid-19 팬데믹은 노동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지고, 대신 긱 워커(Gig Worker)와 같은 새로운 고용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일은 사무실에서 한다’는 고정관념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원격근무(Remote Work)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과 세대별 가치관에 적응하려는 조직의 대응이자, 근로자의 선호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긱 경제는 단순한 부업이나 임시직을 넘어 전문직과 기술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원격근무는 효율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고용계약·근로형태 변화에 비해 사회안전망, 법·제도, 노동환경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이러한 흐름은 오히려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이번글에서는 변화하는 고용 및 근무 형태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필요한 제도와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① 긱 이코노미와 고용 구조 변화, ② AI·디지털 기술과 Covid-19 팬데믹이 촉발한 원격근무 확산, ③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대응 방향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고용 구조 전환과 긱 이코노미의 성장


과거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절대적인 가치였으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노동시장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새로운 새대의 가치관 변화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더 이상 한 직장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오히려 'Digital Nomard(디지털 장비와 인터넷만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 또는 'Gig Worker(단기 계약, 프리랜서, 프로젝트 기반으로 일하는 근로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유로운 직업관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다(고용노동부, 2024).


국내외 통계도 이 변화를 뒷받침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취업자 2,600만 명 중 약 1,000만 명(39%)이 긱 워커이며, 그중 88%는 계속해서 긱 경제에 종사하겠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약 6,800만 명이 긱 워커로 활동 중이며, 2028년까지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긱 경제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맥킨지(McKinsey)는 2025년까지 긱 경제가 전 세계 GDP의 2%에 해당하는 2조 7,000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디지털 투데이, 2024).


한편, 일본에서 빠르게 성장한 ‘스폿워크(Spot Work)’는 초단기·즉시 채용 형태의 근로 방식으로, 디지털 플랫폼 확산, 유휴 인력 재참여, 인건비 효율화, 근로자 유연 근무 선호, 직무 평가 고도화,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발전했다. AI 매칭 알고리즘과 모바일 기술로 실시간 인력 배치와 이력 관리가 가능해지며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미국에서는 2024년 기준 우버, 도어대시(DoorDash) 등 수요 기반 인력 매칭 플랫폼이 330개에 이르고, 시프트긱(Shiftgig) 등 초단기 일자리 플랫폼도 성장 중이다. 한국 역시 팝업스토어 도우미, 행사 아르바이트 등 초단기 근무 수요가 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KB경영연구소, 2025).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형태가 단순히 부업이나 임시직의 영역을 넘어, 전문직과 기술직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특정 프로젝트의 데이터 분석, 마케팅 캠페인, UX/UI 디자인을 위해 단기 계약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노마드와 스폿워크는 단순한 ‘유연한 근무 형태’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2. AI와 디지털 기술 발전과 Covid-19 팬데믹이 촉발한 원격근무의 확산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Covid-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며 원격근무 확산의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각 국가의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였고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기업과 기관은 물리적 사무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 재택근무, 화상회의,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이 단기간에 표준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원격근무 정착이 가속화되었다. 또한 Covid-19를 경험한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은 장기간 한 직장에 머무르는 것보다 자율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며 안정보단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세대적 가치관 변화는 원격근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문화로 이어졌다.


또한 원격 협업 도구의 발전은 물리적 거리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AI 기반 도구는 회의록 자동 작성, 다국어 실시간 번역, 업무 자동화 등을 통해 원격근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특히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블룸 교수가 중국 여행사인 Ctrip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 그룹은 평균 13% 생산성 향상을 보였다고 한다(Bloom et al, 2015). 이후 니콜라스 블룸 교수가 Trip.com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는 주 2일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생산성과 승진 가능성은 사무실 근무자와 동일하며, 이직률은 33% 감소하는 효과도 확인하였다(Bloom, 2024). 미국 노동통계청의 산업 분석에선 산업별 원격 근무 비율이 1% 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총요소생산성(TFP)이 약 0.08–0.09% 포인트 상승하는 긍정적인 통계도 발견되었다(Bureau of Labor Statistics, 2024).


해외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Robert Half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완전 원격 근무 형태의 구인 공고 비중은 2023년 1분기 10%에서 2025년 1분기 13%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는 9%에서 24%로 크게 확대되었다(Robert Half, 2025). 또한 Gallup 조사에 따르면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무에 종사하는 미국 근로자의 60%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약 33%가 완전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무실 전일 출근을 희망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했다(Gallup, 2024). 이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형태에 대한 공급 확대와 근로자들의 수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경우 2023년 입소스에서 실사한 조사에 따르면 주 1~4일을 사무실에 출근하는 형태로 유연 근무를 실시하는 근로자가 45%, 사무실에 1회 이하 출근하거나 전면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는 13%였다. 사무실 출근으로 근로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42%였는데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근로자는 22%에 불과해 실제 출근과 선호도 간의 차이가 있었다. 영국외 유럽 내 다른 국가도 재택근무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다(Digital Insight, 2024).


반면 한국은 Covid-19 팬데믹에 따라 급격히 확대된 재택근무 비중이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21년 약 114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재택근무자는 2024년 68만 3천 명으로 줄었으며(매일경제, 2024), 주 평균 균재택근무일수도 0.5일로 전 세계 최하위 순준이다(매일경제, 2024). 50대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률 역시 2022년 72.7%에서 2023년 58.1%로 하락했다(Digital Insight, 2024). 다만, 재택근무 축소에도 불구하고 화상회의, 스마트워크센터, 클라우드 협업툴 활용 등 다른 원격·유연근무 인프라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는 근로형태가 단순한 재택 중심에서 벗어나, 업무 성격과 목적에 맞춘 다양한 비대면·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긱 워커의 증가에 따라, 특히 디지털 기반 프로젝트나 지식·창의직 분야에서는 원격근무 형태의 근로자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3. 변화하는 고용환경에서의 사회안전망 정책 대응 방향


긱 경제와 원격근무의 확산은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노동자 보호 측면에서는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전통적인 정규직 고용 구조에서는 급여, 연금, 의료보험, 유급휴가 등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이 기본적으로 보장되었지만, 단기 계약·프로젝트 기반 고용에서는 이러한 혜택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긱 경제가 사회안정망과 연계되어야 하며,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긱 경제 참여자들이 최소한의 사회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법안과 지원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긱 경제는 불안정한 직업 구조와 고용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Goover, 2025).


또한 원격근무 확산에 따른 사회안전망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원격·하이브리드 근무는 공간적 제약을 줄이고 근로자 자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를 전제로 설계된 법·제도와 충돌하는 영역이 많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중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인정 범위가 불명확하고, 근로시간 관리나 휴게시간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원격근무 환경에서의 정보보안 침해, 개인정보 유출, 장비·인프라 부담 전가 등 새로운 위험 요소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이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장치는 아직 미비하다. 따라서 정부는 원격근무 상황에 적합한 산재보상 기준과 근로시간 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고용주가 재택·원격근무에 필요한 장비·보안 솔루션을 지원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근무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최소한의 복지와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받으며,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포용적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적 대응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AI 시대와 고용·근무 형태의 다양성을 피할 수 없는 변화로 인식하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모든 노동자가 복지와 안전망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마련되어야만 긱 경제와 원격근무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가며


긱 이코노미와 원격근무의 확산은 단순한 근무 방식 변화가 아닌 노동시장 패러다임 전환이다. 변화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확대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긱 워커를 포함한 전 근로자 대상 복지·보험 제도, △원격근무 환경에 적합한 법·보안·인프라 구축, △기술 변화 대응을 위한 재교육 체계 마련 등이 필수적이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긱 이코노미와 원격근무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다.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 고용형태와 근무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포용적이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한다면, 긱 이코노미와 원격근무는 불안정의 상징이 아니라 혁신과 성장의 토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

Bloom, N., Liang, J., Roberts, J., & Ying, Z. J. (2015). Does Working from Home Work? Evidence from a Chinese Experiment.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 Working Paper No. 18871. https://www.nber.org/papers/w18871

Bloom, N., Han, R., & Liang, J. (2024).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00-2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2024, September 26). Productivity and Remote Work. https://www.bls.gov/productivity/notices/2024/productivity-and-remote-work.htm

KB경영연구소. (2025). 일하는 법이 달라졌다, 스폿워크(Spot work)의 부상. KB 지식 비타민

고용노동부, & 한국고용정보원. (2024).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2022–2032: 미래 일자리, 세계의 변화. 한국고용정보원. https://www.nabis.go.kr/issuReportDetailView.do?gbnCode=P52&menucd=130&poIdx=16689&refCod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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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up. (2024). Global Indicator: Hybrid Work. Retrieved from https://www.gallup.com/401384/indicator-hybrid-work.aspx ↩

매일경제. (2024). “[단독] 2030 “재택근무 없애? 그럼 이직”…회사는 ‘근무태만’ 걱정만” Retrieved https://www.mk.co.kr/news/economy/10871427

매일경제. (2025). “한국인 재택근무 40개국 중 '꼴지'.... 일주일에 0.5일.” Retrieved from https://www.mk.co.kr/news/society/11298339

매일경제. (2023). “대기업 재택근무 도입률 감소.” Retrieved from https://www.mk.co.kr/news/business/10705645

Digital Insight. (2024, 7월 4일). 세계적으로 확산된 유연근무… “한국의 근무 환경은 어떨까?” Digital iNSIGHT. https://ditoday.com/세계적으로-확산된-유연-근무-한국의-근무

goover. (2025). "AI의 시대, 노동 시장의 변화와 우리의 대처방안" Retrieved from https://seo.goover.ai/report/202504/go-public-report-ko-3fb5c140-10bb-4657-9672-d8404a45360a-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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