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첫 발령 첫 학교
3. 첫 발령 첫 학교
처음으로 발령 받던 그 때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같이 순회기간제 교사를 하던 친구들 중 몇 명과 또 도서관에서 스쳐지나가듯 봤던 사람들 중 몇 명이 모여 임명장을 받던 그 순간도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과장님과 여러 장학사님들, 동기들 앞에서 선서도 하고 나니 더 떨리더라구요.
마지막으로 기념 사진도 찍고 나니 이제 진짜 교사가 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아직 대학생 느낌을 다 못 벗어난 기간제 생활도 안녕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으로 발령 받은 학교는 정말 평범한 학교였습니다.
4-5층 높이의 여러 아파트들이 가득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공원도 있는 조금은 조용한 동네.
2월 초, 학교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갔어요.
발령 동기 중에는 마침 또 같이 스터디를 했던 친한 누나도 있어서 외롭지 않았어요.
인연도 이런 인연이 있구나 싶으면서요.
그렇게 교장실에서 업무 분장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듣고 선호하는 학년과 업무를 적어 제출했어요.
[2016년 2월 25일 목요일, 날씨: 맑다가 갑자기 눈 조금]
학교를 다녀왔다.
교장실에서 이런 업무 저런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조금 인상이 무서워 보였다.
나름 사람 속내를 잘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속내가 지금 당장은 잘 안 읽혔다.
교감 선생님은 뭔가 엄마나 이모처럼 다정한 느낌어어서 더 안심이 되었다.
나는 아직 부들부들 떠는 어린애 같은데, 이제 직장인이라니.
벌벌 떨린다.
교장실을 나오자 선생님처럼 보이는 두 분을 마주쳤다.
나한테 말을 걸고 싶어하는 눈치이시길래, 막내가 먼저 인사드리는 게 맞겠다 싶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와-. 안녕하세요. 혹시 새로 발령받은 선생님이세요?"
"아, 네. 맞습니다."
"꺄-! 반가워요. 몇 년 동안 저희가 막내였는데, 이제 저희도 막내 탈출이네요. 꺄르르!"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두 분이었다.
설레는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후 업무 분장 발표에서 저는 5학년과 체육 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체육 업무는 지금 돌이켜보니까, 체육 부장 업무였어요.
모든 체육 업무 일체를 맡게 되는 거였더라고요.
뭐, 어릴 땐 뭘 알겠어요.
일단 맡으면 하는 거지.
그렇게 2월 말과 3월 초에 여러 선생님들 도움을 받으면서 급히 업무 처리를 진행했어요.
학교에는 생각보다 일이 많았어요.
머리를 써서 작성해야 하는 수많은 서류들도 있었고, 몸을 써서 해야 하는 여러 잡무들도 많았어요.
학교 체육 관련 교육과정을 살펴보며 체육 계획을 세워야 했고, 예산에 맞추어 올해에는 어떤 물품을 언제 구매해야 할지 조사도 해야 했어요.
학교에 지금 어떤 체육 물품이 있는지 발로 뛰며 조사도 해야 했고, 각 학년에서 부족한 체육 용품이 무엇인지도 찾아봐야 했어요.
외부 체육 프로그램이 어떤 것들이 기획되어 있는지 문서를 열람하면서, 각 학년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도 미리 찾고 이를 신청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본부와도 논의해야 했어요.
강당 청소도 해야 했고, 운동장 쓰레기도 치우며, 놀이터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도 해야 했어요.
체육대회도 계획해야 했고, 여기에 필요한 이벤트 및 물품 등도 미리 고민해야 했어요.
정말 할 일이 태산 같았어요.
이 과정에서 실수가 쏟아졌어요.
하지만 다행히 제 업무 부서 담당자인 부장님이 저에겐 참 좋으신 분이었어요.
제가 허둥지둥 헤매고 있을 때에 업무 방향을 잡아주셨어요.
공문서 작성법부터 구두결재를 할 때의 예의도 미리 말씀해주셔서 그나마 실수를 덜 했어요.
체육 창고 청소를 할 때엔 직접 선생님이 함께 힘을 써서 도와주시고 했죠.
다시 생각해보면 또 그런 부장님이 어디 계실까 생각이 듭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모든 선생님들이 어리버리 막내 때문에 참 고생 많으셨어요.
다들 따뜻하셨어요.
체육대회 업무를 추진할 때에도 만국기를 달아주고, 여러 시설을 살펴봐주며 물건을 날라준 것은 여러 선생님들이셨거든요.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 젊은 남자 교사만 일한다는 둥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직접 겪은 학교의 현장은 달랐어요.
한 젊은 남자 교사가 자기 업무에 허덕이고 어려워 할 때엔 언제든지 두 팔 걷고 도와주셨어요.
저랑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누나들부터 50대 부장님들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해주셨어요.
덕분에 첫 업무 시기에 그나마 덜 사고친 것 같아요.
그래도 빼먹은 거나 잘못한 거 되게 많은 것 같아서, 가끔 예전에 업무 처리해놨던 문서들 살펴보면 움찔움찔 창피하긴 한데.
그마저도 여러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