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첫 제자
3-1. 첫 제자
제가 처음으로 만난 아이들은 5학년 아이들이었어요.
5학년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어요?
아마 각자 경험한 바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란 느낌에 좀 우락부락하고 거대하고 그런 느낌으로 떠올리실 때가 많더라구요.
'초등학생'이라는 단어에 집중하시면 또 엄청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들 느낌으로만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제가 만난 처음으로 만난 5학년 아이들은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들에 가까웠어요.
사실 지금 저희 학교의 5학년 아이들도 보면 저보다도 키 큰 애들이 수두룩하고 그래요.
근데 그 때 제가 만난 5학년 아이들은 마치 지금 만나는 3-4학년 아이들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만큼 더 귀엽고, 순수했어요.
키가 큰 아이들도 있었지만, 키가 크다고 안 귀여운 게 아니었어요.
순회기간제를 하며 만났던 아이들보다 훨-씬 아기같고 올망졸망한 매력이 넘치는 아이들이었지요.
[2016년 3월 2일 수요일, 날씨: 맑음]
드디어 만났다.
내 첫 아이들.
아이들의 이름은 이미 다 외웠다.
명렬표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다보니 머릿속에 다 남았다.
사진보다도 더 귀엽고 예뻤다.
자기소개 시간도 갖고, 놀이 시간도 가졌다.
이 아이들과 만들어 갈 1년의 시간이 너무 기대된다.
아이들과 이것저것 열심히 했어요.
같이 계곡도 놀러 가고, 시내에 나가 마을을 살펴보기도 하고.
단순히 놀러가는 의미가 아니라,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외부 활동이었어요.
그때 저희 지역에서는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작은 예산이 있었거든요.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아이들과 추억을 쌓기에는 충분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도 최선을 다했어요.
물론 지금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교사의 시선에서는 한없이 모자란 수업인 것 같긴 합니다만, 어찌어찌 열정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애를 쓰는 시기였지요.
그런 초보교사인 제 열정과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아이들도 한해 잘 따라왔어요.
또 제 생일은 어떻게 안 건지 칠판도 예쁘게 가득 꾸며서 생일도 축하해주더라고요.
그 와중에 선생님들 선물 주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나서 안 된다고 서로 조심도 시켰대요. 귀여운 그.
아, 근데 이야기가 좀 새는 것일 수 있긴 한데요.
그 이후로는 아이들보고 이런 거, 이렇게 선생님을 위해 이벤트를 열거나 챙기는 것 자체도 안 하는 쪽으로 유도했어요.
젊었을 때는 그 뭐랄까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 사랑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컸거든요.
그런데 몇 년 좀 경험해보니까 사실 이게 그냥 마음만 먹으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나와 잘 맞는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교사가 원하는 걸 금방 알아차려요.
교사의 말 속에 숨은 의미도 금방 이해해요.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들은 사실 좋아하는 대상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정말 뛰어나요.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면 아이들이 무언가를 기억하고 챙겨주는 것이 정말 진심으로 나온 것일 때에는 고마운 일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이들에게 그걸 챙김 받아야만 진정으로 좋은 교사인 것은 아니라는 느낌?
제가 존경하는 여러 선배님들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으로 자신의 열정이나 성과를 티내지 않으시더라고요.
오히려 사적인 영역에 대해 더 조심하고 아이들이 아이들의 생활에 집중하도록 신경써주시고요.
그래서 선배님들의 이런 좋은 면을 배우고 닮고자 노력해서 지금은 아이들이 생일을 물어봐도 모른 척하고, 나이를 물어봐도 대충 200살이라고 말해요.
그리고 초임 때부터 그렇긴 했지만, 아이들이 뭔가 선물을 가져오거나 그럴 땐 돌려보내면서 '나중에도 선생님이 기억나면 와주라. 그러면 기쁘겠다.'라고 말을 전합니다.
[2016년 4월 18일 월요일, 날씨: 비]
오늘은 윤아가 사고를 쳤다.
하지만 그 사건에 대해 수빈이는 용서하기로 했다.
고마운 일이다.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수빈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다른 친구의 큰 잘못을 사실 소문내기 좋아할 나이잖아요.
하지만 수빈이는 바로 용서했어요.
윤아를 돌려보내고 수빈이와 일대일로 남아 이야기했어요.
이야기를 돌려가며 말했지만 결국은 윤아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 소문이 났을 때에, 안 그래도 지금 윤아의 교우관계가 위태로운 순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걱정이 크게 된다는 말이었지요.
"걱정하시는 게 뭔지 알아요, 선생님. 소문 안 낼게요."
그리고 정말 아직까지도 그 사건에 대해 수빈이는 소문을 안 냈어요.
아마 그 일을 소문냈다면 윤아는 대놓고 따돌림을 당했을지도 몰라요.
저를 많이 좋아해주고 수업에 열심히 따라오던 수빈이가 더욱 기특했던 이유이지요.
그렇게 기억에 참 많이 남는 제 첫 제자들, 우리 5학년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남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