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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엔지니어 Apr 06. 2024

패션 브랜드 MD - 3

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 - MD

Chapter4. 재고 관리 

유통 비즈니스는 전체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가지 *KPI를 관리하는데, 그 중 매출과 관련된 KPI는 영업에 오너십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고객 유입과 관련된 KPI는 마케팅, 그리고 상품 관련 KPI 오너십은 MD에 있습니다. 물론 이 KPI를 세분화시켜 나누다보면 무 자르듯 딱딱 나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동 오너십을 가진 KPI로 분류되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KPI에 대해서는 추후 더 상세히 얘기할거예요.


*key performance indicater 핵심성과지표   


생산/판매할 제품을 기획하여 선정하고 적정 수량을 발주하는 것은 MD의 고유 권한이자 동시에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생산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볼 수 있는데요. 판매 시기를 놓쳐서 매출 손실을 보거나 남는 재고를 만들지 않기 위해 납기 관리를 해야하고, 예측과 벗어난 결과로 인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할 생산 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고, 예상보다 판매가 좋아 수량이 부족한 상품을 제빨리 재생산 하기 위한 리오더 프로세스 구축도 필요하고, 예상보다 판매가 나쁜 상품을 조금이라도 더 판매하기 위해 적정 시기 적정 할인율 결정력도 요구되며, 결국 남게되는 시즌말 재고 처리 방안에 대한 책임도 있습니다.


1. 생산 발주 (유통에서는 바잉에 해당하겠죠)

Chapter1에서 생산/판매할 제품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한 프로세스를 얘기했습니다. 품평회 과정을 거치며 제품을 선정하고 각 제품의 생산 수량 초안을 결정하게 되는데, MD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 제품과 가장 유사한 과거 판매 데이터 분석과 향후 트렌드 등을 반영하여 Bottom up 방식으로 제품별 수량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Chapter2에서 다룬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관점의 상품별 전략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겠죠. (전략, 프리미엄, 프로모션, 테스트 상품 등)


동시에, Top down 방식의 수량 검토가 필요한데, 이것은 Bottom up 방식으로 결정한 제품별 수량이 전체 생산계획(예산)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경영기획에 기반한 생산계획(예산) 수립은 다음 챕터에서 다루겠습니다. 


1-1. 재고 관리 모델

이 시점에서, 재고 관리에 대한 경영학적 방법론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하려고 합니다. 세상에 유통되는 상품들은 그 성격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제품 디자인에 큰 변화 없이 늘 비슷한 수요가 존재하는 일상 제품(repeated product)과 특정 시기나 계절에 맞춰 출시되었다가 사라지는 계절 상품(seasonal product) 입니다. 그래서 재고 관리 모델에도 크게 EOQ(Economic Order Quantity) 모델뉴스벤더 모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앞서 언급한 제품 성격에 따라 수요예측과 공급망 관리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뉴스벤더 모델은 그 명칭 그대로 신문팔이 소년의 수요예측 모델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뉴스보이 모델이라고도 한답니다. 과거 신문이 가판대 소년들을 통해 유통되던 시절에는 매일 새롭게 발행되는 뉴스소재, 날씨, 인구유동 등등의 변수들 때문에 판매량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어제 뉴스가 너무 잘 팔려서 재고가 금방 소진되었기 때문에 오늘은 좀 더 많이 사왔는데, 왠일인지 잘 안팔려서 다 재고로 남아버리는 경험들이 쌓일 수 있습니다. 재고가 부족해서 겪게 되는 품절로 인한 기회비용(Stockout Cost)과 남는 재고로 인한 손해(Cost of Leftover)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적정 사입량을 찾는 것이 이 뉴스벤더 모델의 기초 접근법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파는 뉴스의 일평균 판매량, 표준편차, 기회비용과 폐기처분 손실 등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답니다. 대표적인 시즌 제품인 패션에서 고민하는 내용과 비슷하다고 느끼시죠?      


사실 패션 MD들 중에 이런 경영학적 방법론까지 적용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브랜드에 있을 때도 들어보지 못했던 개념이니까요. 얼마전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파타고니아는 OO%의 서비스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국내 패션 MD들 중에 이 '서비스 레벨'이라는 용어에 익숙한 사람도 몇 명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95%의 서비스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략적으로 평균 재고량에서 1.65배의 표준편차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것은 표준 정규 분포의 95%의 영역에 해당하는 값입니다. 따라서 평균 재고량에 1.65배의 표준편차를 더하여 안전 재고를 계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수요의 변동에 대비하여 충분한 재고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표준 편차가 클 수 있는 가변적인 상품에 높은 서비스 레벨을 적용하면, 품절 기회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악성 재고를 만들 위험 부담도 커집니다. 또한, 모든 상품에 높은 서비스 레벨을 적용하여 생산량을 결정하기에는 초기에 세운 생산계획 예산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니, 이 모든 부분을 따져서 발주량을 결정해야 한답니다. 어려운가요?



2. 재고율(소진율) 관리

'재고'라는 것은 꽤나 양면성이 있는 요소 입니다. '재고'는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는 영업활동을 한다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한된 공간을 차지하며 지속적인 관리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일 팔지 못하면 100% 즉각적인 손실이 되는 신문 처럼, 계절 상품들은 대부분 시즌이 지나면 그 가치가 반감되어 원가 관리에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일의 안전재고 수준만을 따지며 관리해도 되는 repeat product와는 다르게, 시즌 상품은 수명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입고 이후 얼마나 적정한 속도로 재고가 소진되어 가는지, 이것은 목표 대비, 또는 전년비 얼마나 유사한지를 그래프로 그려서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고율의 관점에서 관리해도 되고 소진율의 관점에서 관리해도 되는데, '재고율 = 1 - 소진율' 이기 때문에, 그래프 모양이 반대가 되긴 하겠죠. 또한 정판율(정상 판매율)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정판율소진율과 같은 추세의 그래프이지만, 정기 세일이 시작되기 이전 정상가로 판매된 제품에 대한 비율이기 때문에 최종 숫자는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재고율정판율 중에서 기업이 어떤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재고를 바라보는 그 기업의 시선이 조금은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실 관리 관점의 재고율과 매출 원동력으로서의 정판율 모두 의미있는 KPI 랍니다.



3. 분할 생산 전략과 리오더 프로세스 구축

당신이 수요예측을 100% 정확히 할 수 있다면, 예측한 수요만큼 한 번에 생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시즌 상품일수록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랍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AI의 발전에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요) 또한, 한 번에 많이 생산하게 되면, 완제품 보유 기간이 길어져서 재고 관리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현금 회수 기간을 의미하는 CCC(Cash Conversion Cycle)가 길어져서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기획자로 부임후 초기 1,2년 동안 브랜드의 각종 악성 지표 개선을 통해 제품이 안정화되고 매출이 성장하긴 했는데,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단, 적자 개선을 위해 Chapter3에서 얘기한 원가개선 노력을 지속했고, CCC 개선을 위해서 납기 프로세스 관리와 동시에 분할 생산 비중을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리오더는 분할 생산 프로세스의 중요한 개념중 하나 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1만 장의 판매가 예상되는 전략상품이 있다고 해도, 트렌드 변화 또는 예상치 못한 품질 문제 등의 변수는 늘 존재하기 때문에, 일단 2천 장을 먼저 생산하여 수요를 확인한 후에 추가 생산을 결정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재생산이 진행되는 동안 시즌이 지나 수요가 감축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산은 훨씬 속도감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죠.       


지연(Postpone) 전략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분할 생산 전략의 유명한 사례로는 가먼트 염색 방식을 통해, 칼라별 판매 적중도를 높힌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선염 실 또는 원단으로 옷을 만드는 것과 달리, 염색 안한 생지로 옷을 먼저 만들어두고, 초기 칼라 수요를 파악한 후에 염색만 빨리 진행/출시하여 크게 히트를 쳤었죠. 아주 오래된 사례이지만, 지금도 계속 유용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생산 기간이 오래 걸리는 우븐 제품의 경우, 원단까지만 미리 1만장 분량을 생산해 두고, 제품은 분할생산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제품 반응이 예상외로 저조하여 리오더할 수 없는 경우엔, 다른 제품으로 변경하여 진행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분할 생산은, 단순히 시즌을 쪼개어 생산하는 개념을 넘어서, 분할 기획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Fast Fashion의 발전과 함께 트렌드 대응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분할 기획은 계속 발전하게 되는데요. 과거 1년을 4개의 계절로 나눈 시즌 기획에 머물렀다면, 이것이 월 기획으로 변화되고, 2주 단위로 쪼개졌다가, 이제는 아예 개념을 바꾼 드랍식 제품 출시 방식을 도입한 브랜드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남들이 드랍을 한다고 해서 나도 바꿔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이해하는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 있을 거예요. 그에 맞는 기획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다면 그것은 20년 전과 같은 시즌 기획이 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시즌말 재고 관리

MD에겐 재고를 선택/발주하는 권한이 있는 만큼, 모든 재고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다고 했죠. 시즌말 재고를 어떻게든 소진해서 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도 MD의 의무입니다.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숙제일 수 있답니다.


일단,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재무적 가치도 떨어지는 시즌 상품의 평가감(write-off) 에 대해서 이해해야해야하는데요... 오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아서... 이 부분은 다음 챕터에서 계속 하겠습니다


To be continew with 경영기획 & 생산계획, 그리고 여러가지 이야기


※ 이 글은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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