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의미
직장을 그만 두려 생각했었다는 말을 술자리에서 하게 되었고, 나에게 직장이란 어떤 곳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줄곧 생각해왔다. 일하며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고, 재미와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나름의 사명감도 가지고 일해왔으니까.
퇴사를 결심하게 된 건 언제였을까. 일이 힘들고 재미없다 느껴진 순간부터였을까, 아니다. 그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았다 생각한 순간이 강력한 촉매가 된 것 같다.
물론, 좋아하는 걸 찾고나서도 한참동안 고민을 이어가고 있고, 여전히 방황중이지만 직장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 안정감이 얼마나 내게 중요한 지 알기에 함부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인생의 재미를 추구하고 힘든 일 안하며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큰 성취를 하고, 이런 것보다는 별 일 없는 하루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사는 게 나에게는 더 만족스럽다.
그래서 퇴사하고 경제적으로 반토막이 나도 나름대로 잘 지낼 수 있겠다 생각도 했다. 하루에 책 한권과 커피 한 두잔, 점심 한끼 정도 사먹으며 끄적일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고,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까.
내가 이런 사람이란 걸 알기 전에는 직장이란 곳은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곳, 인정받으며 정체성을 확인하는 곳이라 여겼다. 칭찬받으며 일한 시간들이 많았기에 그것은 나에게 좋은 점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시간을 견디기 더 힘들게 하기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내가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되었고,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끄집어 내는 시간이야말로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깨달았다.
매일 나만의 루틴을 가지며 특별할 것 없는 나의 하루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삶의 만족도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그렇다면 직장이란 곳은 현재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기본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기여한다. 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야 취미생활을 편하게 할 수있는 마음의 여유가 나오는 거니까.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지속하다보니 내면이 힘이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하루하루가 보다 만족스러워지니, 타인이나 외부에서 헛헛함을 채우려는 게 덜해지는 게 아닐까.
직장에서 더 이상의 인정을 기대하지 않는다. 맡은 바 업무 를 완수하는 것에 초점을 둘 뿐, 지나치게 잘하려 애쓰지 않기로 다짐하며 다니는 중이다.
물론, 사람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니라 여전히 업무를 하다보면 욕심을 내게되고, 어떻게든 잘 해내려 강박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많지만, 마음가짐은 분명 전과 달라졌다.
나란 사람의 존재가치는 다른 누가 아닌 내가 인정하며 살아야하고, 그 것이 가장 큰 만족감을 주더라.
타인의 인정과 칭찬은 들을 때 기분이 좋지만 그것에 의존하게 되면 나중엔 더 큰 고통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모든 것이 상대의 반응에 좌우되기 때문에 종종 우울해질 때가 많은 것이다.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내가 나를 인정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 늘어난 점이 요즘은 가장 좋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자유. 내가 그토록 바라는 지점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인생의 자유는 어떤 목적지, 최종 단계에서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자족하는 마음이 있다면, 예측치 못한 어떤 상황도 장애물이기보단 성장의 기회가 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게 하기까지 힘들었던 시간, 고민했던 시간들에 감사하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성과와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며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 생활을 가능케 해주는 일등공신은 나의 직장이다. 안정감이야말로 즐거움, 재미, 편안함, 만족감을 받치고 있는 내 삶의 든든한 기둥임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