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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25

편안함

by 매글이

편안해졌다. 명절때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며 이전보다 많이 편안해진 내 모습을 본다. 좋은 모습만 보여야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과 스스로 갖고있는 이상적인 기준치가 늘 내 마음을 괴롭혔다. 어디에 있든 나답게 편안하고 싶은데, 그런 마음의 장애물이 긴장감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원하는 기준대로 행동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늘 하던대로, 행동하면서 생각만, 마음만 그렇게 높은 기준에 옭아매고 있으니 어디에있든 긴장을 많이 하게되고, 마음만 불편할 뿐이다.


이번 추석을 보내며 짜증스런 마음이 들지 않는 걸 보면, 내 마음이 많이 편안해 진 것을 느낀다. 불만족스럽다 여기는 나의 모습은 결국 어딘가로 표출이 되어야 하고, 주변에 있는 소중한 이에게 짜증으로 표현될 때가 많은데, 이거야말로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 안하고 싶은 것이었다.


하루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내는 것에 집중하며 지내고 있고, 이 것이 내 마음의 편안함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라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만족스럽게 보낸다기보다, 만족스러운 점을 매일 찾는 것이다. 똑같은 하루라 할 지라도 좋은 점을 의도적으로 찾다보면 의외로 많다. 그래서 기록하는 습관이 힘이 있는 것이고.


편안함. 내가 좋아하는 상태. 추구하는 상태. 어쩌면 결핍된 것일 수도. 아니면 내 안에 원래 있는 본질적인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눈치를 보며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학대하는 습관만 없앤다면 내 안의 원래 편안한 모습이 자연스레 발현될 텐데, 그 점이 늘 아쉬웠다.


매일의 감사함을 찾는 꾸준한 기록은 자족하는 습관으로 이어졌고, 스스로에게 전보다 관대해졌음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을 괜찮다~ 좋다 여기니, 나의 모자란 부분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힘이 생겨난다. 글쓰기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언제 어디서든 편안하고 자유롭고 싶은데, 그렇게 살아보기가 그리도 어려웠을까. 나에겐 큰 숙제였는데, 조금씩 실타래가 풀리고 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약간의 변화도 자축하고 싶다.


관계에서 타인의 눈치를 살피고, 여전히 남의 반응에 민감해서 하고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상대 의견에 쏠리지만, 불만족이란 늪에 빠져있지않고 조금씩 분리가 되고있는 내 모습에 기쁘다.


눈치를 보다가도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여기기도 하고,미묘한 반응 변화는 꼭 원인이 내가 아닐 수도 있다 생각해본다. 다른 일로 불만이 누적된 상태인 경우도 많고, 상대의 뜨뜨미지근한 반응은 꼭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실제 그런 경우가 태반인데, 나 혼자 업 앤 다운 할때도 많았으니까.


편안하고 싶다. 결핍인지 본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편안하고 자유롭고 싶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건 나다운 모습대로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조금씩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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