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의식 27

욕심

by 매글이

요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가 있다.

내 말투, 문체를 따라하고, 글감을 따라 비슷하게 글을 쓰는 온라인상 이웃이다.

다른 플랫폼에서 글을 쓴 지 오래되다보니, 나만의 스타일과 느낌이 어느정도 굳어져있다.


결이 안맞는 성향이라 느껴 거리를 두고있는 사람인데, 그녀는 꾸준히 내 글을 읽고 공감버튼을 누르며 열심히 따라하는 중이다.

작년 이맘때쯤 그녀는 진솔한 글을 하나 썼고, 나는 그 글을 읽고 글의 대상이 나란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내 글이 자신이 추구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느꼈는지 열심히 읽으며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글에서 보이는 그녀.

닉네임을 말하지 않았을 뿐, 나 보라고 쓴 것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사람이 보통 촉이 강하게 올 때가 있는데 그 글을 읽을 때 그랬다.


나와는 가까워지고 싶지만 자기에게 내가 관심이 없다 느낀 그녀는 댓글을 남기거나 더이상 다가오지는 않지만 조용히 단어와 문장, 문체를 베끼고 있는 중이다.


가만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점이 마음에 안들어 신경이 거슬리는 걸까. 누군가 나의 무언가를 따라한다는 건, 그만큼 좋아보인다는 뜻이니 나도 좋다. 오히려 열심히 따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다.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 것.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받는 것보다는 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더 선호한다.

좋은 영향을 주고 끝이라면 기분 나쁠 일이 없을텐데, 나는 무얼 기대하고 있는걸까. 내가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서운함, 미운감정 이런 것들이 드는게 아닐까.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 그 출처를 밝히지 않아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친하지도 않고, 심지어 내가 거리를 두고 있는 상대인데도 ...


아니면 그런 친분있는 관계가 아니기에 그런 말을 듣기 불가능한 걸 아니까. 계속 아무말 없이 내 것을 베끼기만 하고있는 그녀가 얄미운 것일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내 안에도 그런 모습이 있어서 그럴 테지. 그녀와 비슷한 모습이 내게도 있는걸까?

내 안에 없는 게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화살은 나에게로 돌려본다. 마음 공부를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수양이 많이 덜된 것 같다.


사실,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따라한다고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모두가 자기만의 고유한 느낌과 특성이 있으니까.

오히려 자신이 가진 강점을 더 계발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가진 무언가를 누군가 따라해도 괜찮고, 상관없는 마음.

상대에게 좋은 무언가를 주고도 댓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이런 마음이 들면 아무 문제 되지 않을 일일 텐데,

그러지 못하고 옹졸한 나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자기 것을 주고도 바라지 않는다는데, 나도 그러고 싶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마음이 잘 열리는 편이지만, 소소한 상대의 행동에 금새 마음이 닫히기도 하는 나. 아직 내 안에 사랑이 차고 넘치지 않는가보다.


남에게 무엇을 주려 하기보단 내 자신을 좀더 사랑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기대하고 미워하는 마음. 모두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내가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한다면 상대에게 바랄 것도, 상대를 미워할 일도 없지 않을까. 더 욕심부릴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면 좋겠다.


상대가 나를 채워주지 않아도, 지금의 내 모습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평온한 마음을 강렬히 소망한다.














나와는 가까워지고 싶지만 자신에게 내가 관심이 없다 느낀 그녀는 댓글을 남기거나 더이상 다가오지는 않지만 글이 주는 느낌을


요즘 거슬리는 삶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사고민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