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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28

나무는 나의 롤모델

by 매글이

내가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 한결같다는 말.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

하지만 가끔 지루할 때가 있다. 변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두려움이 가로막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그 두려움은 내가 안에서 만들어낸 두려움이다.


변화란 것은 새로운 것, 예상치 못한 것, 실수 또는 실패를 어느정도 전제하기에 그걸 감당해낼 수 있느냐 했을때 두려운 마음이 든다.


변화를 지향하면서도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나의 극과 극의 성향도 한 몫 한다.


어찌됐든 나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는 나무라 생각하던 차에 책 한 권을 읽었다. 문형배님의 <호의에 대하여>에는 그의 나무사랑 이야기가 씌어져 있다.


나무는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를 지켜서 좋다는 저자.

그리괴 나무는 사계절마다 그 모습이 변화해서 좋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생각하는 나무가 단면적인 모습이었구나 싶다.

그래. 나무는 한결같은 모습도 있지만 계절에 따라, 시간 흐름에 따라 모습이 변화하기도 하지. 양면의 나무 모습을 알고나니 나무가 더 좋아진다.


나무같은 사람이 되자.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한결같은 나무, 그러면서도 늘 새롭게 변화하는 균형감있는 나무는 나의 롤모델이다.

균형을 맞추어 가는 일. 살면서 계속 신경쓰고 고민하며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일일 것이다. 한쪽으로 자주 치우치게 되는 생각과 행동들, 익숙한 방향으로 보다 편한 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지만 그런 순간들을 의식하고 싶다.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균형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익숙한대로 생각하고 살다보면 한 방향으로 더욱 치우치게 되지 않을까. 고정관념이 굳어지고, 편향이 강해지는 것처럼.

안정과 변화, 둘을 놓고본다면 안정적인 쪽으로 계속 기울어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겠지. 나이들면서 안정이란 가치는 더 중요해지니까.


안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놓고 변화를 생각하다보면 조금 상상하다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해봤자 얻는것보다 실이 더 많게 느껴지니까.


어쩌면 안정지향 보다는 두려움이란 녀석이.. 변화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나에게 미칠 데미지가 어느정도일 지 파악이 안되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데미지가 있다는 것.


지나고나면 그것이 상처가 아니라 날 성장시킨 자양분이었다 생각하겠지만, 당장은 아픔이 더 크겠지. 적다보니 결국 나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괜찮다.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된다 라고 얘기해줄 수 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 않을까?


스스로를 믿는다는 건 그런 거겠지. 실수해도 괜찮아. 실패하면 어때. 실수 안하는 사람이 어디있어.과정에서 분명 배우는 게 있을거야. 라는 다독임을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다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발을 내딛어볼 수 있을 텐데.


실체없는 안정과 변화라는 개념. 그 속에서 나의 상상력이 가세되어 두려움이란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을 종종 알아챌 수 있다.


변화 역시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면 그것역시 안정적인 일상을 깨뜨리지 않는다 느껴질까? 두려움이 덜해질 지 궁금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처음보단 나을 거다. 한결 같은 나의 모습에 변화하는 모습이 곁들여지면 내가 내 모습에 보다 더 만족하겠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더 만족스러워지길 바란다. 결국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거기에서 출발하는 거니까.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을 가끔 생각해보면..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꾸준함이 부족하다 여길 땐 한결같이 우직하게 하는 모습을 그려보다, 그런 이미지가 어느정도 굳어지니 이젠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게 되고..


나도 참.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사람이다.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단점이 있지만 이젠 좋은 면을 바라보려 한다. 성장 욕구가 강해서 그런 거니까.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힘들어하는 나. 몸과 머리를 계속 움직이며 읽고, 쓰고, 경험하며 깨닫는 시간들이 좋다. 성장한다는 느낌을 느껴야만 만족감이 드니, 이렇게 생겨먹은 나를 받아들여야지 뭐.


여하튼 앞으로 나의 롤모델은 나무다. 한결같으면서도 변화하는 나무처럼 살자. 꾸준히 일상을 가꿔나감과 동시에 일상에서 작은 변화들을 가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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