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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한 잉씨 Nov 17. 2023

삶은 오지선다형 객관식이 아니다.

내가 가는 걸음이 길이 된다.

어릴때부터 시키는 대로 아파도

학교를 가고, 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다. (폐렴, 이명 등)


그러다가 수능 성적이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붙은 대학을 걸어두고 강제 재수를 하게 되었다.

내 의지가 없어서인지 재수 성적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어쩌면 시험운이 없는 것 같다.

모의고사랑 성적차이가 너무 심하게 났다.)


그렇게 학과조차도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닌

부모님이 선택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 곳은 내가 살아온 세상과 너무나 달랐다.

언제나 답이 있는 문제들을 풀면서 살아왔는데,

디자인 과목에서는 스스로 문제 설정을 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한 학기 동안 진행해야만 했다.


그 당시에는 호불호도 별로 없어서

좋아하는 음식도 따로 없었고,

디자인 컨셉도 그냥 다 괜찮아보였기 때문에

맨날 밤을 새면서 과제수행은 잘해내지 못했다.


졸업하고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선택하는데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어느 회사로 취업해야할지 혼란스러워서

합격한 곳 중에서 교수님이 선택해주신 곳으로

첫 회사를 가게 되었다.


당연히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고,

이 회사, 저 회사로 옮기다가

답이 없어 보이는 디자인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왜 세상의 선택지는 오지선다형이 아닐까.

그 중에서 고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차라리 누군가 내 선택을 대신해줄 수 있다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쉼을 시간들을 가지고,

알바를 하면서 비로소 나를 알아가고 있다.


나는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림 그리는 것을 즐거워하는구나

음악은 제이팝, 인디음악, 재즈만 듣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담백한 한식이구나

등등… 나에게 맞는 음식들, 삶의 패턴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시간들을 겪으니까

삶에는 정답이 없고,

나만의 길로 산다는 것이 축복이구나 싶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느리지만,

차근히, 조금씩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더 기대되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재미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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