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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훈 Oct 24. 2023

외국계 기업, 공기업 그리고 스타트업과 강소기업(1)

20대에 다 해보고 배운 이들의 차이에 대한 소견

매사 궁금한 것이 참 많고, 호기심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꼭 찾아보거나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특히나 가능하다면 직접 해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끔은 호기심 해소에 꽤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곤 한다. 그간 궁금했던 수많은 것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은 진로에 관한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룰 주제는 직업 중에서도 대통령, 과학자, 아이돌과 같이 직종에 관한 것이 아닌 흔히들 사업체를 구분하는 단위, 즉 공기업과 사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대를 돌이켜보니 나는 10여 가지의 아르바이트와 대기업을 제외한 외국계 기업, 공기업, 스타트업, 강소기업에서부터 창업 시도까지 꽤나 다양한 경험들을 해왔다. 직접 겪었던 경험들을 토대로 간략히나마 기록을 남긴다.


#1. 아르바이트(Arbeit)는 독일어로 '일'이라는 뜻이다.

모든 '일'이라는 것은 일맥상 통하는 점이 있다. 효율을 추구하고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이윤을 내고자 한다. 아르바이트는 '돈을 벌기 위한 일'에 대해 전반적인 것들을 전부 알려주었다. 다시 말해, 아르바이트는 소위 말하는 '일머리'의 근원이다. 전역 후, 근로 장학생부터 과외, 방과 후 수학 강사, 이자카야, 번화가 식당,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카페, 그리고 쿠팡 등 단기 알바들까지 적지 않은 수의 알바를 해왔다. 아르바이트는 가장 심플한 방식의 경제 활동이다. 큰 이해관계없이 시간당 혹은 건당 급여를 지급받는 방식이라 일의 원초적인 부분에 집중하기에 좋다. 어떻게 하면 접시를 빨리 쌓을지, 동선은 어떻게 쓰는 게 빠를지, 서류작업을 더 빨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고 적용해 보기에 가장 좋은 기회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운 상자 빨리 까기, 패티 빨리 튀기기 따위의 것들보단 '일은 효율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마인드 셋을 가지게 된 것이 지금까지도 모든 일들을 수행할 때 선행되는 개념으로 자리하고 있다.


#2. 8,500km 떨어진 곳에서의 첫 직장 생활

여러 가지 좋은 기회가 맞아떨어져 직장 생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첫 경험을 집에서 대략 8,500km 떨어진 독일에서 시작하였다. 해외인턴이었고, 마케팅 에이전시라 칭했으나 한국에서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게 직접적인 세일즈와 계약, 수출입, 커뮤니케이션 대행 등이 주 업무였다. 독일에서의 첫 직장 생활에 대해서는 따로 다뤄야 할 만큼 할 이야기가 매우 많아 직장의 특성에 대해서만 아는 선에서 간략히 전해본다. 우선 가장 좋았던 점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 독일 또한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대단히 체감되는 차이가 들었다. 속도감에서 한국에 비해 굉장히 느린 반면 메일 상의 내용 하나하나가 상당히 디테일하게 작성되었다. 어떤 문장 한마디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몇 개월, 심지어는 몇 년 후에 연락이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꽤나 보수적인 타입이라 '신문물(?)' 따위에는 정말 관심이 없지만 한 번 관계가 형성이 되면 수 년에서 십수 년까지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국내 기업에 비해서는 여러 나라와 소통할 기회가 많은 데다 독일은 MESSE(박람회)의 나라이기 때문에 특히나 세계 각국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가장 직관적인 일례로 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전시장에 Exhibitor로 참가한 적이 있는데, 부스를 열기 위해 아침에 전시장에 도착한 결과 일본 부스들은 이미 유니폼까지 전부 맞춰 입고 정갈하게 정리를 마친 반면 나를 포함해 당시 고객사였던 한국 업체는 이제야 부스에 도착한 상태였고 주변 중국 부스는 한 시간 후에도 제품을 덮어놓은 천막이 거둬지지 않았다. 이렇듯 각 나라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또 하나의 가장 큰 차이는 같은 비즈니스라 하더라도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규모 차이는 엄청나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빨대 하나를 팔아도 동네 마트에 납품하는 것과 15개국에 수출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비교가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빨대의 퀄리티는 국내 시장에 비해 크게 좋지 않았, 아니 전혀 좋지 않았다.


#3. 공기업 vs 사기업

20대라면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 주제다. '공기업과 사기업, 어느 곳이 더 좋은가?' 두 곳 모두 경험해 본 바로 '취향 차이'라는 전제 후에 공기업이 더 좋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이유와 같으나, 직접 경험해 본 바 그러했다. 나는 정확히 공기업은 아니고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곳에서 햇수로 2년 정도 계약직 근무를 하였다. 정규직으로 직접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2년이란 시간은 그들과 몹시 많은 대화를 하고 내부 사정을 알기에 충분했다. 첫째로 공기업은 사활이 걸려있진 않다. 사기업이라고 목숨이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공기업이 여유가 있다. 내가 다닌 곳은 꽤나 사기업의 성향이 강한 편에 속하는 곳이라, 진급도 성과에 따라 분명히 가시적으로 차이가 나며 그 성과라는 것 또한 직접적인 매출과 연관되어 부담이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매출을 못 낸다고 해서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대표가 망하지 않는다. 기관장들과 팀장, 상사들이 압박을 하고 부담을 준다 하더라도 그들 또한 어떤 이해관계 속에 어느 정도 예민한 상태지, 상시 회사의 생사를 고민하는 대표님보다 예민하진 않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이 부분은 워라밸과 직결된다. 요즘 공무원과 공기업의 업무 강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한 달을 주말 없이 출근하고 그 와중에도 10시, 11시가 넘어 퇴근하여 빨래조차 하지 못했던 이곳에서도 일하는 만큼은 받는 것 같다는 의견이 직원들의 일반적인 입장이었다. 절대 이들이 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기업의 폭은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같은 강도로도 일체의 수당과 성과금도 없이 일하는 이들도 많다. 더구나 회사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이미 사기업에서는 밤을 새우고 회사 소파에서 자는 경우도 많이 봤으나, 적어도 공공기관은 집은 갔다. 그 외에도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선에서' 을보단 갑인 경우가 많고, 신용도와 주변 시선 등 사기업보다는 나은 점이 많다.


2편에서 계속.


외국계 기업, 공기업 그리고 스타트업과 강소기업


위 글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현생 1회 차 한 20대 청년이 기록하는 일, 사람,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또 다른 이에게는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는 지난날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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