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지훈 Dec 14. 2023

겸손하기까지 하네!

겸손은 옵션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

"심지어 겸손하기까지!"

한 분야에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 때 본인을 조금만 낮추는 태도를 보인다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말이다. 실력도 뛰어난데 거기에 더해 겸손까지 갖추고 있다는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다. 다른 이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겸손을 실력에 동반되어 시너지를 내는 일종의 옵션 혹은 서포터 정도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나 혹은 타인이 때때로 겸손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피드백을 보면 결코 '겸손'이라는 것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겸손은 신뢰와 직결된다. 실력과 커리어로 신뢰를 쌓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태도로 신뢰를 깨는 데는 단 몇 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겸손하지 못했던 발언이 단지 거슬리는 정도로 넘어갔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번 프로젝트를 거르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다음 프로젝트 또한 본인과 수행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이는 비단 겸손뿐 아니라 태도라 통칭되는 다른 무언가들도 모두 해당되는 말이다. 실력은 예선이지만 태도는 본선인 경우를 자주 봤으며, 특히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에는 태도가 실력보다 우선시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일어난다. 기업 채용에 있어서 직무 면접만큼이나 컬쳐핏 면접을 중요하게 보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업무 수행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다시 말해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조직의 업무 효율은 굉장히 뛰어나다.


또 한 가지 겸손이 중요한 이유는 나의 역량을 상대방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 맥락에서 겸손이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는 겸손하지 못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보면 알 수 있다. 겸손의 반대말, 즉 '겸손하지 않다'와 같은 말은 '자신을 내세운다'라는 말이다. 자신을 내세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본인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어필하고 싶음인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어필하고 싶다는 점은 스스로 본인이 뛰어나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본인의 역량적 한계가 거기까지라는 것을 그대로 내비치는 것과 같다.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면 그 이상 얼마나 더 알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없지만 97점은 이미 최선을 보여준 것과 같은 원리다. 본인이 이뤄낸 커리어, 실력을 특별히 어필한다면 그 사람은 보통 거기까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월등히 뛰어난 수준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본인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겸손의 부재는 꽤나 자주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렇다면 끝으로 어필과 겸손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과감히 "끝까지 겸손하면 된다."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어필하는 것이 맞을지, 겸손하게 있는 것이 맞을지 고민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게 되는데, 이 고민이 든 순간 어필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아직 상대방과 서로 충분한 정보와 신뢰가 오고 가지 않았다는 증거로 그때 겸손하지 않은 태도는 관계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겸손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닌 필수다.



위 글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현생 1회 차 한 20대 청년이 기록하는 일, 사람,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또 다른 이에게는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는 지난날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춘기록 #청춘을글이다 #日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