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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l 17. 2024

모자 파는 꿈

면접을 기다리며

 두근두근

 2대 1의 면접인 줄 왔다가 면접 대기자가 5명인 걸 알고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번번이 겪는 일이지만 늘 그때마다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는 강한 사람이야, 내면이 강해. 괜찮아. 일어날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있는 곳에 집중하자.'라고 머리로 이야기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시계를 보며 초조해한다. 면접 순서 1번이 들어간 지 15분이 지난 것 같다. 다음 순서를 부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뽑기 운이 없는 것인지 마지막 번호를 뽑았다. 이걸 '운이 없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복무를 12시 20분까지 지각 처리했기에 마음이 급해서 그렇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내 글씨체와 가슴이 '둥둥' 춤을 춘다. 그러고 보니 우습다. 나는 나름 계산해서 여유 있게 학교 갈 시간을 계산한 건데 내가 계획한 시간이 하나도 맞지 않은 것이다.

 어젯밤 꿈만해도 그렇다. 내가 모자가게에서 모자를 팔았다. 마음에 드는 모자가 없어 나가려는 고객에게 적절한 걸 골라주고 팔았다. 그 고객은 모자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며 갔다. 꿈속에 나는 무척 만족감을 느꼈는데 눈을 뜨고 '모자 파는 꿈'이라고 검색해 보니 내 해석과 달랐다. '일. 자. 리. 를. 잃. 는. 다.'는 내용이 나왔다. 오늘따라 아침에 딸아이 기분이 일어난 순간부터 씻을 때까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을 물어보니 딸아이가 울먹였다. 울먹이는 딸아이를 보고 "엄마 오늘 면접하러 가는데 네가 울면 엄마 마음이 심란해져. " 그리고 딸아이 머리를 말려주며 "괜찮다. 괜찮아."라고 말하는데, 이게 딸아이에게 말하는 것인지, 나에게 말하는 것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교를 나서기 전 엄마 면접 잘 보라고 파이팅을 해주고 갔다. 그리고 교육지원청에 일찍 도착해서 1시간째,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다들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무척 궁금하고 설레기도 한다. 나를 기준으로 했을 때, 반은 합격이고, 반은 불합격이다. 그럼,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설렘을 가질 수 있다. 그럼 합격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실망하고, 나의 마음을 추스르며, 새로운 자리가 있는지 교육청 인력풀을 들락날락하며 찾아볼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마음에 대한 아쉬움과 경제적 아쉬움을 느끼며, 속상하겠지.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시간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 부자'가 되었을 때 나는 좀 더 내 몸의 소리에 집중해서 정성껏 더 운동할 수도 있고, 그림도 배울 수 있다. 또 에너지가 학교 일에 쏠리지 않기에 내 아이들에게 쓸 에너지가 생겨, 아이들이 내 옆에 오래 머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어떤 결과든 다 나에게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꿈의 해석에 따라 나는 어쨌든 지금 근무지에서 일자리가 끝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이든 맘에 드는 모자를 고객에게 팔아 기뻐했던 꿈처럼, 내 삶에 만족하며 기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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