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만난 소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내가 사비나와 프란츠 사이에 난 모든 오솔길을 되짚어 본다면, 그들이 작성한 몰이해의 목록은 두터운 사전이 될 것이다.
내가 이 문장을 만났을 때, 얼마나 감탄하고 이해했는지 모른다. 그들 사이에 난 모든 오솔길 그들이 작성한 몰이해의 목록은 비단 그들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20대 때 이 책을 읽고 몰이해의 목록에 넣고 덮었던 책을 40대가 되고 나서 나는 깊이 공감하며, 이해의 목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20대에 헤아릴 수 없이 서툰 연애에서, 아니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몰이해의 목록을 얼마나 두껍게 작성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40대가 된 내가 그 목록이 얇아졌느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도 않다. 그러나 몰이해의 목록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나는 그렇다.
그렇게 하나의 소설이 나에게 다르게 다가온 경험을 줬다. 그래서 내 여정에서 이 소설을 생각하고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목적지를 도착하기 전까지 소설을 생각하며 그 문장을 떠올리며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늦은 밤 중에 우리는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그리고 트램을 타고 숙소 근처인 반 옐라치치 광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반 옐라치치의 동상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우리가 계획한 여행의 3분의 1이 채워지니, 이제 여행이 일상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며, 나의 일상이 조금 생각 나기 시작했다. 나의 여행은 가벼운데 내 일상은 왜 그렇게 무거우냐는 생각과 함께 반드시 다시 돌아갈 그곳을 생각하며 나는 내일의 여정을 떠올리며, 낯선 숙소에서 잠을 청해본다.
Muss e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Je, es muss sein! (네, 그래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