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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l 08. 2024

아시시 성 프란체스코 성당(유럽 17)

'지옥의 언덕'에서 '천국의 언덕'으로 바뀌었다.

이탈리아 아시시에 위치한 가톨릭 성당으로, 준대성전이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매장된 무덤 위에 세워진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중심지이자 순례자들의 참배가 이어지는 성지이다. 중세의 거장 조토 디 본도네프레스코화로 그린 프란치스코의 생애 연작으로 유명하다.

1226년 10월 3일 사망한 성 프란치스코는 아시시에서 범죄자들이 처형되는 장소였던 '지옥의 언덕'이 예수가 못 박힌 골고다 언덕을 닮았다며 죽은 뒤 그곳에 묻히기를 바랐고, 본인의 뜻대로 되었다. 사망 2년 만인 1228년 7월 16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프란치스코를 시성하였고, 이를 기념하고자 프란치스코 무덤 위에 성당을 건설하기로 정하였다. 성인이 묻힌 언덕의 이름은 '지옥의 언덕'에서 '천국의 언덕'으로 바뀌었다.

출처 나무위키

 

 유럽을 다니면서 여정에서 늘 빠지지 않는 장소가 있다면 성당이다. 중세 유럽의 소도시를 닮은 아시시를 구경하며 만난 성 프란체스코 성당도 그중 한 곳이다. 무엇보다 넓게 펼쳐진 푸른 언덕과 아시시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위치가 기억에 남는다. 사진을 정리하며, 글을 쓰며, 그때는 그냥 지나쳤던 문구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성인이 묻힌 언덕의 이름' '지옥의 언덕에서 천국의 언덕으로 바뀌었다.'

 


 남편과 연애 때 이야기이다. 나는 삶은 고난이니, 이 세상에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했고, 남편은 그 아이에게 세상을 선물로 주는 것이니 그걸로 축복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같은 세상의 서로 다른 면을 보고 이야기한 것이다. 아시시 성 프란체스코 성당을 간 날이 마침 일요일 아침이었다. 많은 인파가 성당을 향했고, 누구는 성당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누구는 성당을 구경했고, 나는 사진 찍기에 바빴다. 그리고 왜 그곳이 거기에 있는지, 성인의 이름으로 된 성당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외적인 성당의 모습에서 미적인 것만 찾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곳이 '지옥이었으며, 천국이었구나' 어떻게 의미 부여하느냐에 따라 같은 곳도 달리 보이는구나.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는 남매를 세상에 낳았다. 그렇다면 내 생각이 바뀌었냐고 누군가는 물어볼 수도 있겠다. 거기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몇 장면 있는데 그중에서 딸 펭귄을 낳자마자-나는 자연주의 출산을 했다- 내 배 위에 눕힌 그 순간 나는 그 딸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태어난 순간은 함께 할 수 있으나 네가 죽는 순간은 순리대로라면 함께 하지 못하겠구나. 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이란 말인가. 삶의 시작에서 죽음을 생각한다는 나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런데 그건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그 아이가 소중했다. 작고 소중한 존재의 삶이 평안해지길, 그의 고난이나 불행 또는 어두운 면을 함께 못하는 경우를 미리 나는 걱정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보는 세상과 남편 펭귄이 보는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 펭귄 덕분에 나는 삶의 양면에서 지옥보다 천국을 보는 쪽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의 걱정이 사랑으로, 과거나 미래의 삶을 살던 내가 현재를 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옥의 언덕에서 천국의 언덕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삶은 그런 것이다. 내가 도대체 왜 태어났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답을 구하기 위해, 여러 책을 뒤적거리고, 종교를 가지고, 철학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방황했는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괴로워할 필요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세상이라는 선물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남매 펭귄 선물을 만났다.


딸 펭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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