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6개월 부부 공동육아 그 후

아쉬움이 남는다.

by 마마멜


남편과 6개월의 공동육아가 끝났다. 남편은 회사로 돌아가고 나는 남은 6개월의 육아휴직을 이어가고 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남편과 나는 행복했지만 동시에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빠 육아휴직 사용이 늘이나면서, 주변에 엄마아빠 공동육아의 시간을 계획하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인생에 몇번 오지 않을 가족과의 온전한 시간, 우리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며, 우리에게 아쉬웠던 점을 기록해 본다.


엄마아빠 공동육아 6개월,

아쉬웠던 점


- 감사일기를 좀 더 일찍 시작할걸.


참 많이 싸웠다.

6개월 붙어 지내면서 지난 8년간의 결혼 생활 중 제일 심각하게 자주 싸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고, 그 시간동안 각자 할일들을 하면서 떨어져 보내기도 했지만

그 시간을 제외하고 함께 있는 시간에는 진작부터 서로에게 조금씩 날이 선 상태였다.

다툼의 이유야 매일같이 다양했지만, 한가지, 우리 둘의 기저에 있는 단 한가지 생각이 작은 충돌도 증폭시켰다.


"내가 더 하는 것 같아 억울한데"


아기가 새벽에 깨서 둘 중 한명이 달려 갈 때도,

한명은 아기를 돌보고, 한명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도,

육아와 집안일이란 게 나눈다고 해서 무자르듯 잘라서 나눠 가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누구 한명은 언제나 억울했다.


그러던 와중 제주도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하면서 감사일기를 써보기로 한 것이 우리에게 변화의 계기가 됐다.


첫날, 뭘 써야할 지 고민했지만 하루이틀이었다.

감사일기를 적기 위해

서로를 위한 작은 행동들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좀 더 잘수있게 조용히 문을 닫아준 것,

외출하기 전 커피를 내려준 것,

한번씩 사비를 털어 디저트를 사온 것,


매일 고마워할 일이 있었음에도, 억울함에 눈이 멀어 서로를 위한 작은 행동들은 대접받지 못했다.


"좀 더 일찍부터 고마움을 표현할 걸"

지금도 자주 이야기한다.



- 계획에 집착하지 말고 좀 더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써볼 걸


6개월 공동육아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각자 원대한 플랜을 짰다. 자기계발도 하고, 아이와 찐한 시간도 보내고, 운동도 하고 등등.

둘 다 회사도 안가고, 아이도 어린이집에 가는데, 뭐든 계획한대로 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주양육자가 하나에서 둘이 된다고 해서 육아 난이도가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주양육자가 둘이 되어 부딪치면서 생기는 감정 싸움때문에 힘들었고, 아기가 커가면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어려움들이 끊임없이 업데이트 됐다.


그 와중에 우리는 우리가 세운 플랜과 매일 전투를 벌였다. 각자 세워둔 주간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육아휴직 첫날부터 달려들었다. 아기가 어린이집을 간 6시간 동안 각자의 계획에 붙들렸다. 오히려 한명이 회사생활 할 때가 더 평화롭게 느껴질만큼, 6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된다는 생각에 과하게 집착했다.


회사생활을 10년 넘게 하며 처음으로 주어진 멈춤의 시간,

갑자기 주어진 시간에 어쩔줄 몰라하며 동동거리는 사이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 시간들이 우리를 성장시켜줬음에 틀림없지만 '지금 이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게 아쉽다.

어린이집 보내놓고 같이 낮잠도 푹 자보고,

점심 데이트도 좀 더 자주하고,

느긋하게 봄날 산책도 즐겨볼걸.


이런 아쉬움들이 남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랑스럽고 기특한 건 지금까지 우리의 삶과 다른 결의 선택을 해봤다는 이유에서다.


만들어진 틀에서 살아온 K-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 볼 용기를 가진 것,

우리의 직감을 따른 것,

앞으로 10년 삶의 방향에 힌트를 얻은 것,

우리 셋이 시간을 보내며 더욱 단단해진 것 등.


우리에게 앞으로의 다가올 미래에 뿌리와 같은 시간이 될 것임을 믿는다.


- 연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