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추운 겨울이면 아랫목 따뜻한 방바닥에 담요하나 덮고 언니들과 오빠와 나는 TV를 보았다.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시던 아버지는 담요 위로 귤을 한 아름 주시면 우리는 그 새콤달콤한 귤을 손바닥이 노랗게 되도록 먹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다.
가끔 엄마의 잔소리는 있었지만 모든 것이 난 좋았다. 잔소리하시는 엄마의 목소리는 늘 부드러웠기에 따뜻하게 느껴졌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나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남편에게... 그러나 나의 잔소리는 짜증 섞인 잔소리로 정말 듣기 싫었으리라.
어느덧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게 된 아이들에게도 나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엄마가 우리에게 하셨던 잔소리는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는데...
내가 하는 잔소리는 정말 잔소리였다.
"네가 선생님이냐?"라고 했던 남편의 그 한마디에 나는 생각을 했다. 가르치려는 것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그랬다면 반감이 생길 수밖에..
말을 하기 전 생각을 하려 하지만 화가 나면 그런저런 생각 없이 내뱉게 된다. 결국 잔소리는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쓸데없는 말로 끝나게 된다.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는 좀 더 생각을 하며 말을 하게 되는데 초등학교까지만 나의 잔소리가 통했던 것 같다.
이후로 얼마나 잔소리를 했는지 기억에 없는 것은 잔소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하고 감사하다.
그런데 이젠 거꾸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보호를 하던 내가 보호를 받는 기분이 든다.
어느새 서른이 되어가는 아들의 잔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오빠에게 뒤질세라 딸의 잔소리도 늘고 있다. 물가에 내놓은 자식을 걱정하듯 나를 걱정하며 챙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이 들어감을 새삼 또 느낀다.
그런데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잔소리를 듣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지금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된 엄마의 잔소리도, 사랑하는 아들과 딸의 잔소리도 모두 사랑 가득 내겐 행복이다.
어느새 이렇게 성장했는지...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