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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Apr 26. 2024

미꾸라지와 거머리

추어탕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점심을 같이 먹었다.

유명하다고 하는 추어탕집에서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미꾸라지를 생각할 때면 어렸을 때가 자동 떠오른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집에서 공주능을 가는 길에는 양어장이 있었다. 그 양어장은 미꾸라지를 키우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그곳을 지날 때면 늘 그 양어장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언젠가는 저 미꾸라지를 잡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항상 주인아저씨가 계셨고 우리는 기회만 노리며  지나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왔다.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양어장 안으로 들어가 마음 놓고 휘젓으며 미꾸라지 잡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물속이 보이지 않아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정신없이 미꾸라지와 실랑이를 하는 가운데 "이놈들" 하는 소리를 듣고 도망치기 위해 물에서 나왔다.


그런데 다리에 시뻘건 것이 착 달라붙어 있었다. 지렁이도 아닌 것이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매달리고 몸집은 더 커졌다.


도망은커녕 겁에 질려 철석 주저앉아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거머리를 처음으로 보았고 강한 빨판과 몸집 부풀리는 모습 역시 처음으로 보았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우는 모습을 보던 주인아저씨는 라이터불로 간단하게 떼어내 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한참 훈계를 듣고는 두 번 다시 들어가지 않겠노라 약속을 하고는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놀란 가슴은 진정이 안 되었다. 콩닥콩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약속을 하지 않았어도 들어갈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일이었다.

한참 호기심 많았던 시절 또래 아이들보다 언니나 오빠들과 놀기를 좋아했다.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하며 동네 아이들을 모두 모아 놀았기에 동네가 시끌시끌했다.


그래서 늘 어른들이 누가 보이지 않으면 우리 집에 내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다.


하지만 양어장 사건 이후 우리는 한동안 놀지 못했다. 집에서도 모두 혼났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추어탕을 먹지 않았다. 미꾸라지를 생각하면 거머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데 지금은 추억과 함께 추어탕을 먹는다.

정말 맛있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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