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때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다. 고깃집에 손님이 들어왔다. 아침 일찍 문을 열기 전 준비하는 시간인데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식당을 둘러본다.
메뉴를 보며 무엇이 있는지 살피고 나가신다.
12시가 넘어 다시 오신 그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신다.
주차관련해서 물어보시고 다시 전화를 한다.
무심결에 보게 된 그분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시는 듯 몇 차례 얘기를 해야 이해를 하셨다.
얼마 후 들어온 일행은 그분의 딸인 듯하다. 두 아이와 함께 들어선다. 너무도 반갑게 반기시는 모습에서 기쁘고 행복함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딸은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그다지 먹고 싶지 않다고 퉁명을 떤다.
아침 일찍부터 딸과 손주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식당과 메뉴를 둘러보신 아버지의 그 마음을 전혀 모르는듯한 딸의 행동과 말에서 내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
나도 얼마나 많은 순간순간을 나의 부모님의 그러한 애틋함과 사랑을 모른 채 지나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듣지 못하니 말씀이 어눌하지만 그 표정만큼은 '내가 너희들을 너무도 사랑한단다'라고 말씀하시는 듯 보였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손님으로 들어오셨던 그분의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었고 몹시도 그리워진다.
너무 일찍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 인자하신 모습이 하루종일 내 마음에 꽉 차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