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가을다운 날씨이다.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상쾌함이 묻어난다.
분주한 오후시간
건장한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아들과 70대처럼 보이는 야리한 엄마가 식당으로 들어오신다. 준비가 된 상을 마주 보고 있던 아들이 엄마 옆으로 이동을 하여 앉는다.
핸드폰을 들어 엄마의 자세를 고쳐가며 사진을 찍어 드린다.
그 모습을 보던 내가 "제가 찍어 드릴까요?" 하며 말을 건넸다.
그 아들은 조금 쑥스러운 듯 "엄마가 오늘 파마를 하셨거든요"하며 핸드폰을 내게 건네준다.
자세를 고쳐가며 모자의 모습을 3~4장 찍어드렸다.
엄마는 "아들 고마워"하며 웃으시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또 다른 테이블에 80대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50대 남자분이 자리를 잡는다.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에서 함께 살지는 않는 것 같았다.
엄마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아들의 잔소리가 살짝 들린다. 고기한점이라도 더 드시게 하려는 아들의 마음과 걱정을 덜어주려는 엄마의 마음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산다는 것이 뭐 그리 꼭 거창해야 하는가 싶다. 서로를 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것이라도 그날그날의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미래만을 바라보며 지금 내 곁에 함께하고 있는 가족에게 소홀하며 보냈던 시간 속에서 얻은 것보다 후회가 더 깊었던 이유는 그 순간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새 어렸던 자식들은 다 커서 내 품에서 벗어나고 시름하나에 주름이 늘었던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안 계신다.
지금이라는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면서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하려 하는 나의 마음에 브레이크를 잡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저 행복함에 젖는다.
감사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