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칼의 눈물 02화

재물이 된 아이

칼의 눈물 (#2)

by 서기선


"당신 미쳤어요? 어떻게 자기 자식을 재물로 사용한단 말이에요?" 아내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암말 말어! 난들 그러고 싶어 그러겠어!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녀?"

"안 돼요. 인두겁을 쓰고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해요. 난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네요"

아내가 아이 쪽으로 등을 돌려 잠들어있는 아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잔말 말고 어서 이리 내" 아내의 오른쪽 어깨를 끌어당기며 말했지만, 아내는 요지부동하며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댔다.

"안 돼요. 차라리 내가 제물이 될게요. 그러니 이 아이는 안 돼요"

"이러지 말아 스님 하시는 말씀 못 들었어? 그래야 우리 가족 모두가 산다잖아"

"그렇다 하더라도 안 돼요. 세상천지에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어디에 있데요. 그것도 이 어린것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으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니구먼요."

부인이 눈물을 쏟아내며 목이 잠겼는지 간간히 훌쩍거리며 말했다.

"이러지 말아 시간 없어 더 지체하다간 불이 꺼지고야 만다고" 대장간의 화로를 쪽으로 시선을 돌려 불씨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철이 녹진해야 담금질이 쉬워지는 법이야 더 지나면 검을 완성하지 못한고"

"안 돼요. 죽는 한이 있어도 이 아이만큼은 안 돼요! 흐흐흑 그까짓 검 그것이 뭐라고 자식을 죽여감서 지랄이래요! 안 돼 난 못 줘요!" 아내의 반항이 심상치 않았다.

"임자! 왜 이랴~ 난들 좋아서 그렇겠어! 그리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 모두 몰살한다잖아" 내가 맥없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그깟 땡중 말 만 믿고 아들을 산 채로 죽이란 말이에요? 네 이놈의 땡중을 당장 요절을 내야지"

그렇게 마누라가 무명이를 안고 집 밖으로 나갈 때였다. 갑자기 하늘의 태양이 시커먼 먹구름에 가려지더니 사방이 어두워졌다.

분명 낮이었지만 마치 밤과 같았다.

순간 당황한 마누라가 주춤거리며 구름 사이로 숨어버린 태양을 찾기 위해 머리를 위로 치켜들었지만,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아악! 무명이가.... 무명이가 없어요! 무명아!" 울부짖듯 무명 이를 애타게 부르는 마누라가 실성한 사람처럼 바닥을 더듬으며 손을 휘휘 거렸다.

"왜? 그려? 뭔 일이래?" "무명이가 없어요. 방금까지만 해도 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어요. 무명아!"

"뭐여? 그럼 널친겨?"

나도 마누라를 따라 바닥을 휘휘 거리며 무명을 찾아보았지만 무명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구름 사이로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고 때문에 주위가 다시 밝아졌다.

"아아악! 안돼, 안돼 무명아, 이리 와 아가~"

마누라의 음성이 심하게 떨리면서 울음과 절규를 동시에 토해내다 급기야 실신하였다.

"왜 이래 이 사람, 왜 이래! 여보~" 뒤늦게 마누라가 절규하며 부르짖던 무명이가 생각나 머리털이 삐죽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포대기에서 빠져나온 무명이가 아궁이 속으로 빠르게 기어가다 말고 잠시 뒤 돌아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모습에 아무런 말 도 행동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순식간에 굳어 마치 돌덩이라도 된 것인 양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무명이가 입을 열어 활짝 웃어 보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불구덩이 속으로 빠르게 기어들어 갔다.

"아~ 안돼~ 안돼~ 안돼~~~ 무명아~ 안돼~ 허어허어!" 그렇게 무명이는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얄궂게도 조금 전 내 손으로 무명이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무명이가 불구덩이로 들어가기 전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의 눈동자를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때문일까? 대장장이인 내가 검의 손잡이 끝단에 무명이의 눈을 새겨 넣었다.




아아악! 뭐야 또 꿈이야? 도깨비시장에서 검을 구입한 후부터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을 하루가 멀다고 꾸고 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건 검 구입 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반품했다던 주인장의 말과 손잡이 끝단에 달린 사람의 눈처럼 생긴 조각이 신경을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그것을 너무 의식해 꿈자리가 뒤숭숭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에이 내가 미쳤지! 왜! 저런 애물단지를 사가지고...."

침대보조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의 시계가 새벽 4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스스 일어선 나는 그 길로 여전히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그날의 검을 집어 들고 화장실 옆 드레스룸 쪽으로 걸어가 평소에도 잘 열지 않는 겨울옷 전용 옷장 문을 열어 코트 뒤쪽 깊숙한 곳에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이미 잠이 달아난 뒤 인지라 멀뚱히 천장을 바라보며 껌뻑거리다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위해 다시 세면장으로 이동했다.




"상구 씨! 십장이 찾아!"

젊은 외국인 노동자 진리가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십장님이? 어디 있는데?"

"몰라! 찾아봐! 힘들어~"

진리는 나보다 6살이나 어리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반말한다. 처음엔 그런 반말이 귀에 거슬려 몇 번이고 손을 봐주려고 했지만,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란 걸 알고부터 그런 마음을 접었다.

이곳엔 진리 말고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반말로 이야기한다.

간혹 오래된 외국인은 욕도 내국인 못지않게 찰지게 잘했다.

그에 비하면 진리는 양호한 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맘에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제 막 사무실에서 나오는 십장과 마주쳤다.

"어! 상구 씨! 오늘은 도로 밖에서 수신호를 해줘야겠어요. 덕수 아저씨가 몸이 안 좋다고 들어가셨거든 부탁해요!"

십장이 신호봉과 안전 재킷을 건네주고 빠르게 공사 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대부분 신호수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하셨지만 덕수 아저씨 덕에 젊은 나에게 차례가 온 것이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같은 임금을 받으면서 노동강도는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과 캔맥주를 사 들고 집으로 향했지만 바로 마시진 않았다.

걸어오는 동안 식어버린 캔맥주가 마뜩잖아 냉동실에 넣어두곤 곧장 샤워실로 들어가 고단함을 씻어냈다.

거울 속 모습이 몹시 지쳐 보였던 나는 서둘러 남아있는 고단함 마저 씻기 위해 냉동 실속 맥주를 꺼내 들곤 단번에 들이켜었다.

"캬하~ 와~ 이제야 살 것 같네"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서늘한 기운에 눈이 번쩍였다.

하지만 그런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빠! 어두워요!"

귓전을 흐르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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