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무슨 소리지?"
순간 섬찟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엇었다.
심지어 tv전원조차 연결되지 않았었다.
'뭐야! 내가 잘못 들었나?' 하고 귀를 의심했다.
마시던 맥주켄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이나 안방문과 화장실 문을 열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이씨! 뭐야!"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마시던 맥주를 마저 비우고 서둘러 도시락까지 쉬지 않고 먹었다.
거실 소파에 퍼질러 앉아 TV를 켰지만 딱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서라기보다 적막한 집안을 매워줄 인기척이 필요해서였다.
읽다만 소설책을 손에 쥐었지만, 육체노동을 시작하고부터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못했다.
더욱이 땀에 절었던 몸도 타오르던 갈증도 모두 해결된 나에게 필요한 건 편안한 숙면만이 남았던 터라 지식의 깨우침이나 영혼의 안식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TV 전원도 끄지 않은 채 소파를 침대 삼아 어느새 잠이 들었지만 오랜 시간 숙면하진 못 했다.
새벽녘 윗집의 '드르륵'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나는 어찌나 화가 나던지 천장을 향해 고함을 질러대며 씩씩거렸다.
"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이 새벽에 가구를 옮겨! 사람들이 양심도 없네! 아니 지들만 사나 남들 생각도 해야지! 야~! 조용히 좀 하라고~"
당장이라도 윗집으로 뛰어올라가고 싶었지만 이 새벽에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것도 어찌 보면 민패라고 생각한 나는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야?" 소파 바닥에 떨어져 있던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2시를 훌쩍 넘어 15분 후면 3시였다.
다행인 건 내일은 쉬는 날이라 다시 잠을 자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소파에서 구부정하게 잠을 잤더니 몸의 이곳저곳이 결렸다.
기지개를 켜며 침실로 들어간 나는 또다시 잠이 들었다.
잠들기 전 몇 번 더 '드르륵' 소리가 들렸지만 방문을 닫아서인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모처럼 숙면을 취한 나는 오래간만에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경비실을 지날 때 문득 새벽의 일이 생각나 경비실 아저씨에게 새벽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903호요?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당집 이사 왔다고 주민들이 난리인데.... 늙으면 잠이 없다더니만 그새벽에 가구를 옮기다니... 노인양반이 무슨 힘이 남는다고 새벽부터 짐을 옮기는지.... 나중에 이야기 전해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경비실 아저씨가 그간 쌓인 게 많은지 벼르고 있었다는 듯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무당집이요? 그 집 점집이에요?"
"아니 뭐...." 잠시 말끝을 흐리던 경비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영업을 하는 건 아니고 부녀회 회장님이 그러시던데 신당이 차려져 있다네요"
경비 아저씨의 말이 신경에 거슬렸지만 그렇다고 남의 종교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도 우스울뿐더러 공연히 의미를 부여하고 것도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벗어나 산책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공사장의 콤콤한 공기와는 다르게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맑은 공기에 영혼까지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 너무 좋다." 그러다 언제 또 산책하러 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양 세상의 모든 맑은 공기를 모두 마셔버릴 기세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허파아래쪽까지 가져갔던 공기를 한동안 머금고 있다가 몸속 이곳저곳의 공사장 공기를 모두 몰아내듯 '휴우~' 하며 길게 내쉬길 서너 번 반복했더니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자 ~ 이제 가자" 나는 아무도 없는 길에 마치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혼잣말 치고는 제법 큰 목소리로 말하곤 집으로 돌아갔다.
아파트에 도착에 경비실 쪽으로 다가갈 때 경비실 아저씨가 나를 불러 세웠고 그곳에 한눈에 봐도 903호 할머니일 것 같은 분이 서 계셨다.
"저분이 그러셨어요" 내가 다가가자 경비아저씨가 네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하였다.
그러자 할머님이 '허' 하며 짧게 헛웃음 짓더니 뭔가 알았다는 냥 고개를 절래 거리시며 내 곁을 지나쳐 가셨다.
"할머니! 사과는 하셔야지요" 내 의사와 상관없이 경비아저씨가 돌아가는 할머님의 뒷모습에 소리쳤다.
그러자 할머님이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씀하셨다.
"아들놈이 아비 찾아와 놀아달라고 장난질하는 걸 가지고 소란은.... 그것보다 아들놈이 보통은 아니네 몇 놈 죽어나가야 멈추겠어!"
알 수 없는 할머니의 말에 경비아저씨도 나도 아무런 대꾸도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날저녁 또다시 알 수 없는 꿈을 꾸었다.